
안녕하세요, 김선우 작가입니다.
2026년의 첫 <계간도도>네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늘 어른들께서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씀 같아서 시간의 흐름이 점점 더 무서워지는 요즘입니다..🥲
그렇게 점점 빠르게 흘러만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혹시 무언가 놓치고 있지 않나?'를
고민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2026년의 봄은 어떠신가요?
벌써 6월을 앞둔 봄의 끝무렵, 그간의 저의 소식을 전해봅니다.


2026년 1월 31일에는 TED 강연이 있었죠.
TED는 1984년 미국에서 시작된 비영리 지식 공유 플랫폼이며 처음에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분야의 혁신을 나누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과학, 교육, 예술, 사회 문제 등 삶을 움직이는 거의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강연 무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TED는 오래 전 대학생이었던 시절, 교환학생 지원을 위해 토플을 준비할때 자주 봤던 영상들인데..
이렇게 제가 연사로 서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것 같아요.
미약하나마 저의 한 목소리를 보탤 수 있도록 제안주신 TEDxSNU 덕분에 용기를 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착과 방랑'이라는 주제로 저의 방랑 이야기를 함께 나눌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백 명의 청중 분들 앞에 서는 일은 몹시 긴장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추운 날씨에 일부러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용기가 났습니다.
또, 단 하루의 강연을 위해 작년 가을부터 함께 애써주신 TEDx 오거나이저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본과 PPT를 준비하는 동안 내내 소통하며
늘 유익한 피드백을 주신 덕분에 저 또한 많은 공부와 배움이 되었습니다 :)
강연을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떨려서 어떻게 하고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던 무대..ㅎㅎ
강연 영상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1월 초에는 남동생과 함께 잠시 홋카이도에 다녀왔습니다🙂
쉬지 않고 작업에 매진한 저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어요 :)
루스츠라는 스키 리조트였는데, '아, 이런 곳이라면 매년 겨울에 계속 오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키 매니아인 저에게는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겨울의 며칠 동안은 잠시 시간을 낼 수 있게 되겠죠..? ㅎㅎ


올해부터 함께 하게된 탕 컨템포러리와 싱가폴 ART SG에 참여했습니다.
7월에 있을 싱가폴 개인전 전시장도 둘러볼겸 1박 3일(...)의 일정으로 정말 숨가쁘게 다녀왔어요

개인전이 정말 곧이라는게 느껴지네요... 다음 계간 도도에서는
싱가폴 탕 컨템포러리 개인전 사진과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생각을 하면...




CJ ONE STYLE 드베로타와 협업한 의류를 출시했습니다 :)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저에게도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도도새가 캔버스를 떠나 원단 위에 되살아나고,
그렇게 누군가의 일상 속 움직임과 함께 살아간다는 상상을 하며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지드래곤의 저스피스재단와 협업해 꽁떼비 갤러리에서 진행된 3인전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를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전시 수익금 또한 취지에 맞게 좋은 곳에 쓰였습니다 🙂


봄에만 즐길 수 있는 냉이 된장국과 봄동비빔밥도 야무지게 챙겨 먹었구요😌

작년 인사동에서 있었던 자선 전시회의 수익금을 사랑의 열매에 전달하는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의열매 매거진 3월호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간 제 그림이 책이나 여러 다른 매체의 표지가 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인간 도도새(?)인 제가 직접 등판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 같아요.
제가 이제껏 그림을 그리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둘러싼 이 세상으로부터의 크고 작은 도움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에 대한 최초의 고민과 그것을 이어나게 하는 영감 또한
이 세상이 제게 부여한 것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세상의 모든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지극히 사회적인 산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때문에 예술을 통한 기부와 나눔, 사회적 개입은 제게 늘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일을 행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주시는 모든 분들께 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주신 강은진 기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웹진 보러가기 : https://nanumnews.or.kr/pdf/2026/webzine_202603.pdf

작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했던 키움런 2026을 개최했습니다 ㅎㅎ
<키움런>이 단순한 마라톤 대회와 달리 특별한 이유는,
참가비를 비롯한 모든 후원금 전액이 장애인의 편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부된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10KM를 뛰었습니다 :)


먼 거리를 달리느라 지치셨을텐데도 불구하고 오르막 길에서 휠체어 러너분을 힘껏 도와드리는 모습,
시각장애가 있으신 러너분들께서 안전하게 끝까지 완주하실 수 있도록 내내 배려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며,
소외되는 이 없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게 되어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더 빠르게, 좋은 기록을 위해서 달리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완주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는
베리어프리의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과 아름다운 계절 속에서 함께 달릴 수 있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4월 29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ㅎㅎ
제가 88년생이기 때문에 생일을 기념해 880,429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했어요.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은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마음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
생일날에는 지민작가와 춘천에 놀러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의암호에서 카누도 타고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

금호미술관에서 소규모 컬렉터분들을 대상으로 한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매번 긴장되는 건 어쩔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저의 이야기와 생각을 스스로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올해 봄부터는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1월에 교토에서 있을 개인전 계획을 하다가,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생각을 하던 차였어요.
그러다 교토가 예로부터 좋은 도자기들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고,
도예 장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도시라는 데에서 영감을 얻어
도자기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는 제 작업실에서 아는 작가님께 도예를 간단히 배우고,
5월 동안에는 직접 교토로 건너가 류제윤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머물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류제윤 작가님은 건너건너 소개를 받게 된 분인데, 교토에서 이미 10년 넘게 작업을 하고 계신 분이었어요.
작가님 덕분에 교토에서 3주 간 머물며 이런저런 조언도 듣고,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교토에서 선보일 작품들을 제작했습니다.
작업 과정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고되게 느껴졌습니다.
한 단씩 조금씩 쌓아올리는 코일링 기법으로 기물을 제작했는데,
단과 단 사이의 마감을 잘 해주지 않으면 틈이 생겨 나중에 구웠을 때 갈라지거나 깨질 수 있어서
꼼꼼히 작업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그렇게 만든 기물이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도구를 이용해 제가 원했던 모양으로
깎고 다듬어줘야 했습니다. 그리고서 초벌을 한 뒤에 다시 사포질을 하구요.
초벌과 사포질까지의 과정이 가장 신체적으로 힘든 과정이었다면,
초벌 이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재벌을 하는 과정은 가장 긴장되고 걱정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청화 안료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일반 물감처럼 채색이 되지 않고, 농도가 일정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데 꽤 애먹었습니다.
게다가, 그리고 난 뒤에 실수로라도 그린 부분을 만지거나 스치기만 해도 그림이 지워져서
채색 작업을 하는 내내 조심하느라 혼났네요...ㅎㅎ
그런 과정을 거쳐 재벌에 들어갔을때에도 혹시나 도자기가 터지거나 깨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던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문제 없이 재벌이 된 덕분에 그 위에 다시 금채 작업(금박)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가마를 떼고 나서야 모든 작업이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애써 티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떠나오기 전부터, 그리고 도자기를 빚어나가는 내내
마음 속에는 의문과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매일 밤 낯선 이부자리에 누워 낯선 방의 천장을 올려다볼때면 그 의뭉스러운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곤 했습니다.
익숙한 일에서 벗어나는 게 이렇게 무섭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주제에
어쩌자고 이렇게 떠나왔을까, 이렇게 소중한 시간과 돈을 쓰고 나서도
만일 세상에 내어 보일만한 괜찮은 결과물이 탄생하지 않는다면 어떡해야하나
와 같은 생각의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면 마침내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때면 무작정 예술가로 살아가기로 했던 오래 전의 제 모습이 떠올라
제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어떡해. 해야지. 예술이라는 게 이런 거라는 거, 알면서 시작했고,
그 모든 삽질에 대한 대가가 설령 플러스이던 마이너스이던 기꺼이 받아들이는 운명에
스스로 복종하기로 맹세했던 게 아니었냐고.
돌이켜보면 이러한 감정은 언제나 저를 가장 낯선 곳으로 데려다 놓곤 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낯섦 속에서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익숙한 방식 안에서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을 감각들, 스스로도 모르고 지나쳤던 욕심과 한계,
그리고 아직 조금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나 가능성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교토에서의 이번 도자 작업 역시 제게는 단순히 새로운 재료를 다뤄본 경험 이상의 시간이었습니다.
흙 앞에서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고 조급해졌던 순간들조차 결국은 지금의 제 모습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과정이 되어주었습니다.
짧고도 길었던 삼 주라는 시간은 아마 앞으로의 제 작업들 속에서 크고 작은 흔적으로 오래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흙을 다루는 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느리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제게 가르쳐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감각을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 합니다. 여행이 계속되어야만 하는 멋진 핑계이기도 하고요🙂

교토에서의 작업들은 11월 교토 츠타야 서점 전시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예정입니다.
이번 작업으로 저에게는 두 분의 스승(?)이 생겼습니다😹
떠나오기 전 도자 작업의 기초를 탄탄하게 해준 채원작가,
그리고 교토에서 머무는 동안의 생활과 작업을 세심하게 챙겨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신 류제윤 작가님.
고맙습니다✨


완성된 작품 들 :)


올해는 특히 해외에서의 개인전을 두 번이나 앞두고 있기 때문에
평소와는 조금 더 다른 결의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해외에서 사람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봐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곤 합니다.
때로는 그런 불안이 큰 압박감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잘 그리고 싶다' 라는 열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다음 계간도도에서는 싱가폴 전시 후기를 다룰 수 있겠네요.
부디 뿌듯한 즐거움과 미래를 위해 남겨둘 헛헛한 아쉬움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계간도도를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자참여코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Q. 요즘도 러닝하시는지? 러닝의 이유와 목표가 있을까요? (황**님)
A.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번 정도는 5에서 10킬로미터를 뛰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첫번째 이유로는 건강이고,
두번째 이유로는 스트레스 관리 같아요.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저녁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네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뛰다 보면 생각도 많이 정리 되고, 하루 중 남은 여분의 에너지(?)를 모두 알뜰하게 쏟아낼 수 있어서 잠도 잘 오는 것 같아요. 사실 작년에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성공했고, 풀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역류성 식도염이 발병하는 바람에 풀마라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공백이 다소 있었기도 했구요.
다시 연습하고 도전한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좀 막막하지만, 다시 꾸준히 조금씩 도전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Q.
작가님의 인터뷰 중 “성실함의 근원은 불안이다”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하는 독자입니다.
저 역시 10년간 사업을 운영하며, 밀려오는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견고한 시스템을 만드는 성실함으로 버텨오고 있습니다. 새벽 5시에 작업실로 향하시는 작가님의 시계와, 저의 시계가 닮아있다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제 책상 옆에 놓인 <Dodo Flamingo in>를 볼 때면, 무리 속에 섞여 있지만 본질적인 다름과 고독을 안고 있는 도도새의 모습이 꼭 저와 같아 마음이 머물곤 합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불안을 동력 삼아 매일 새벽 붓을 드시는 작가님에게, 만약 '이제 도도새를 충분히 다 그렸다'고 느끼는 날이 온다면, 그래서 모든 불안이 사라지고 완벽한 평온이 찾아온다면 작가님은 행복하실까요?
어쩌면 예술가에게 '불안의 소멸'은 '창작 동력의 상실'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작가님은 그 평온한 날을 바라며 그림을 그리시는지, 아니면 이 치열한 불안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안'을 새롭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조**님)
A.
제 작품이 작은 위로를 드릴 수 있는 것 같아 저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말씀주신대로 아마 제가 '도도새를 충분히 다 그렸다'라고 느끼는 날이 과연 올지 궁금합니다. 설령 그런 날이 온다면.. 상상을 해보자면.. 뿌듯함보다는 또 새롭고 강력한 의구심이 들 것 같아요. '이게 정말 끝인가? 충분한가?' 하고요.
사실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도도새를 언제까지 그릴 것인가?' 라던지, '나는 계속 도도새 작가로 기억될 것인가?' 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이 때로는 저를 몹시 불안하게도 하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도록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애꿎게도 불안의 형태는 늘 그 모습을 바꾸어 우리 앞에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저의 가장 큰 불안 중 하나는 '과연 내가 예술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림 그릴 수 있는 돈만 충분해도 행복할텐데' 였다면, 이제는 그런 고민을 비웃듯 새로운 결핍과 불안이 끊임없이 눈 앞에 나타나니까요.
완벽한 평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예술가로서의 '평온'이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어쩌면 경계해야 할 안주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도도새의 비극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천적이 없는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여 스스로 날기를 포기했던 도도새처럼, 우리 역시 불안이 거세된 평온함 속에 머물 때 자신만의 고유한 가능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완벽한 평온의 날을 바라며 작업을 해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그 불확실성을 기꺼이 껴안으려 노력하는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모리셔스의 정글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도도새를 찾아 헤맸던 한 달간의 방황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처럼요.
결국 저는 '불안의 소멸'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마주하는 이 치열한 불안을 '완결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그 불안이, 실은 우리가 여전히 꿈꾸고 있으며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독자님께서 10년간 일구어오신 그 견고한 시스템 또한 불안을 없애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불안과 함께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독자님만의 '비행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 도도새를 그리는 일 또한 그러하겠죠 :)
Q. 너무나도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고민녀입니다.
20대 한사람과 오랜기간 연애 후 이별을 겪었을때 제 나이는 20대 후반, 저는 너무 순수했고 20대초반과 같이 사람만 좋으면 됐지 라고 생각을했는데 만나는 상대방은 저보다 훨씬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고 결론은 '결혼'이라는 단어안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아직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안되어있고 어떤사람을 만나야하는지 내가 어떤사람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 고민은 끊임이 없는것 같습니다. 어떤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하나둘 보게 된게 하나둘셋넷이 되고 제가 어떤걸 좋아하는지 어떻게 입어야 더 예쁠지 이런고민은 끝이없는것 같아요 그리고 고민은 하면서도 갈수록 제 자신이 게을러지는게 게을러지면 안돼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집에만 가면 침대가 그렇게도 반가울수가 없네요 이런저런 고민은 많지만 답이 정해지지 않은건 앞으로의 저의 가능성을 볼수있다는점이겠죠? 결국엔 저 자신과의 싸움인것 같아요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님)
A.
저도 연애를 굉장히 오래 하는 타입인데요, 누군가와 오래 사랑했다는 건 단순히 한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사랑하는 방식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도 조금씩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별 이후에 찾아오는 혼란은 단순한 상실이라기보다, 내가 믿고 있던 세계의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에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20대 후반이라는 시기는 참 묘한 나이인 것 같아요. 아직은 마음 한켠이 순수한데, 현실은 자꾸만 숫자와 조건과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이 많이 됩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 앞에 직업과 가치관과 생활을 함께 올려놓고 고민하기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 옵니다.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되니까요.
우리는 완성된 상태에서 사랑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 서로를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조금씩 자기 모습을 알아가는 존재인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느끼시는 혼란 역시 어쩌면 무언가를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만나게 될 나를 천천히 발견해가는 시간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하고 작은 위로를 전해봅니다.
Q.KB은행과 손잡고 2027년캘린더 준비중인 걸로 알아요^^ 계간도도 독자들에게 몇 부정도 캘린더(사인본) 나눔이벤트 어떨까요? 벌써부터 캘린더 기대중입니다.
(심**님)
A.
앗.. 맞습니다! 저도 벌써 내년이 기다려지네요 ㅎㅎ(나이를 먹는건 좀 슬픕니다)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꼭 나눔 이벤트를 고민해보겠습니다 🙂
Q.
최근 작가님이 교토에서 도예 작업을 하시는 과정을 SNS로 보여주셔서 완성될 때 까지 저도 함께 과정마다 기다리고 기대하며 보게되었습니다. 이번 도자기 작업들은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제한된 색감 안에서, 도자기를 구운 뒤 변화되는 것 까지 고려해야 했을 텐데 작가님만의 분위기와 도도새의 매력이 잘 담겨 있어 더욱 실제로도 보고싶네요. ✨🦤💖
Q1. 11월 교토 전시 이후 국내 전시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Q2. 사랑의 열매 3월호 표지 하셨던 것을 보고 이렇게 프레임도 이쁜데 도도새 프레임으로 네컷사진 콜라보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런 콜라보도 언젠가 볼 수 있을까요? ☺️
(세*님)
A.
작업과정을 재미있게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새로운 시도가 어렵고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완성하고 나니 그만큼 큰 뿌듯함이 있더라구요.
내년 상반기에 서울 탕 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오래간만에(?) 하는 국내 개인전 같아요.
콜라보도 이것저것 준비를 해보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
Q.
1.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2. 요즘은 여러 브랜드가 콜라보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작가님이 콜라보하고 싶은 브랜드나 콜라보 생각이 있으신가요?
3. 작가님의 다음 개인전이나 전시회 (국내) 일정이 궁금합니다.
4. 날이 더워졌는데 요즘 작가님이 빠져있는 음식은?
5. 롯데뮤지엄에서 나온 인형 키링 같은거 또 내주실 생각있으신가요?
6. 여름 휴가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면 어디로 가시고 뭐하시나요?
(이**님)
A.
1. 작업의 주제와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새로운 표현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늘 하게 되는 고민이기는 하지만, 요즘들어 더 그런 갈증이 심해진 것 같아요.
2. 글로벌 구호단체(유니세프, WWF 등.,.)와 함께 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예술이 세상에 무언가 이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요.
3. 11월 교토 츠타야 개인전이 예정에 있고, 내년 상반기 서울에서 개인전이 예정에 있습니다 :)
4. 수박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수박을 엄청나게 먹습니다 😹
5. 아직 예정에는 없지만 기회를 엿보겠습니다 ㅎㅎ
6. 전시준비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데요, 아마 제주도나 남해가 되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Q.
이번에 새로운 도전으로 도자기를 빚으시고, 그 안에 도도새를 그려 담아내신 작품을 보며 인상 깊었습니다.
한 가지 방식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늘 다양한 형태로 작품과 생각을 표현하시는데,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실 때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불안은 어떻게 견디고 극복해 나가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김**님)
A.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저는 늘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기대감보다는.. 막막함이나 두려움에 더 가까운 감정이 더 큽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해오던 방식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 익숙함이 오히려 조금씩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도자기를 배우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인것 같아요. 평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흙을 직접 만지고 형태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감각 자체가 굉장히 다르더라구요. 캔버스에서는 어느 정도 제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들이 도자기에서는 흙의 상태나 건조 속도, 가마의 불 같은 변수들에 의해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당황스럽더라구요..ㅎㅎ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제가 익숙하게 해오던 방식 안에서는 어느 정도 ‘잘하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영역에서는 다시 서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던것 같아요. 답답해서 미치는 순간들도 있었고, 화가 나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아마 이런 감각들 자체가 되게 오랜만이어서 그렇게 당황스러웠던 거겠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건 결국 그런 시간을 통과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는 이유는 결국 그런 시간들이 다시 그 처음의 감각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방식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전혀 다른 재료와 환경 안에서는 갑자기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으니까요. 여행이 그런 것처럼요. 아마도 저는 계속 이런 여행을 지속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ㅎㅎ
Q.
저는 그림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예중 시험을 보고 싶은데 엄마가 못보게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장**님)
A.
저는 지금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예중이나 예고를 나온 사람은 아니에요 ㅎㅎ
인문계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술학원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예중이나 예고에 꼭 가야한다는 불안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단지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에는 미래에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고, 작가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예중이나 예고를 나온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평범한 학교를 다녔다고 해서 예술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 돌아보면.. 오히려 내가 예중 예고를 다녔다면 미술이 싫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입시미술이 너무너무너무 싫어서 그림을 때려칠뻔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시작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은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그걸 향해서 조급하게 달려가는 시간이라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천천히 발견하고,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잘 가꾸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그림이 정말 좋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중이라는 길도 물론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그 길만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완벽한 정답은 아니니까요. 만약 이번에 예중을 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곧 그림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어떤 학교를 가느냐보다도,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 마음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Q.
20년차 직장인입니다. 평일에는 점심식사 후 회사 탁구 동호회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데,, 1시간 정도 정신없이 단식/복식 경기를 하다보면 땀도 엄청 흘리고 이겨도 져도 기분 좋고, 스트레스가 풀려서 애정하고 있는 운동입니다. 퇴근하면 육아가 기다리고 있기때문에 ㅋㅋ 저는 짧지만 이 시간이 정말 재미있어요! 작가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재미를 느꼈던 운동이 있으신가요?
(이**님)
A.
고등학교때는 농구를 참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거랑 잘 하는 거랑은 다른 차원의 것이더라구요..ㅎㅎㅎ..
지금은 스키를 너무 좋아합니다! 가능하면 겨울마다 타려고 노력 중이에요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사연 보내주신분들 모두를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늘 아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ㅠㅠ 양해를 부탁드리옵니다..
여름호 또는... 여름+가을호로 돌아오겠습니다.
어쩐지 여름에 너무 바쁠 것 같아서 미리 예고를 해보는 바 입니다..🫠
계간도도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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