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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ONIQUE ; 
THE DREAMERS


기간: 2023.8.25(금) - 9.14(목)
장소: 갤러리아 명품관 WEST 1,5F(압구정로 343)

"사랑이라는 것은 선(善)한 것을 언제까지나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플라톤(BC 427-347)

 

도도새는 아프리카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살았던 도도새들은 원래 날 수 있었지만,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여 스스로 하늘을 날기를 포기했고, 결국 그들을 처음 찾은 포르투갈 선원들에 의해 남김없이 멸종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날지 못하는 이 새를 ‘도도’라고 불렀다. 이는 ‘바보’라는 뜻이다.

나는 이 비극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대인들 또한 도도새가 그랬던 것처럼,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스스로 자유라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에 무작정 자신을 맞춰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나 꿈을 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예술가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현 트래블 그랜트> 프로그램을 통해 도도새가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으로 한 달간 떠나 도도새의 죽음에 대하여 리서치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 도도새를 통해 꿈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나는 도도새를 매개로 하여 궁극적으로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언급했던 것으로, ‘떠도는 인간’이란 뜻이며, 정해진 길을 벗어나 방황을 통해 비로소 성장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길을 떠났을 때 펼쳐지는 수만 갈래의 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을 북돋아 준다. 때문에 나의 작품 속에서 재탄생 하여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도도새들은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닌,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알’과 존재들이다.

 

꿈과 가능성 따위를 논하기에는 각박하기만 한 이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이성적인 현실주의자realist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혁명가 체 게바라가 말했듯,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동시에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과 이상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는 마침내 이상理想의 세계로 우리를 조금씩 확실하게 인도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善한 것이란 무엇일까? 선함은 올바른 이상을 추구함이며, 이는 오랜 철학의 역사가 추구한 본질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것을 애써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 따뜻한 열정은 이 세상을 조금씩 이롭게 하는 선하고 안온한 사랑의 발로이자 새벽을 밝히는 등불이다. 본 전시에서는 그러한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dreamer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비록 세상은 여전히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려 하고, 수많은 거짓들을 사실인 양 속이지만, 우리는 결국 그런 폭력적인 서사 속에서도 여전히 어디선가 꿈틀거리는 희망적인 무언가를 끈질기게 발견하려 하고, 발견해낸다. 그런 것들을 지나치지 않는 것, 반짝이도록 다듬어 세상에 다시 내어 놓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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