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woo Kim
본 페이지는 PC 화면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선우 작가입니다.
추석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올해는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고,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여름은 계속 더욱 더 더워진다고 하니
막막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럴때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돼요. 개인적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은
현실적인 부분들에서 제한되는 점들이 많기에 무기력한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 실천할 수 있는 일은 하나씩 해 나가는 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모든 어려운 일들이 그런 것 같아요.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작은 답을 하나씩 찾게 되니까요.
어느덧 계간도도 여름호를 발간하며, 저는 이 뜨거운 여름 속을 관통하는 동안 스스로 과연
어떤 답을 찾아왔나하나씩 되짚어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여름을 보내셨나요?
지난 5-6월은 계간도도 봄호에서 소식을 전해드렸듯
도쿄 소재의 Almost Perfect 레지던시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머물렀고,
브라질 일러스트레이터 커플과 함께 공간을 사용했어요.
한 달이라는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그만큼 무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하며 화방을 둘러보던 중 '단자쿠'라는 종이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보통은 일본의 짧은 시인 '하이쿠'를 기록하는 종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가 도쿄에서 머물며 느낀 여러 감상들을
'시각적인 하이쿠'로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레지던시의 프로그램은 <한 달 작업 + 3일 전시>가 기본적인 포멧이었어요.
이곳의 디렉터인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와 일본인 디자이너 유카 멘도 부부의
도움으로 무사히 전시와 리셉션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마침 제 전시 기간이 이 지역의 가장 큰 축제기간이어서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
위 사진에 제가 입은 주황색 외투 같은 옷은 축제 의상이에요!
벌써 그립네요...
왼쪽 사진은 제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ㅎㅎ
며칠간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 메워질 정도로 많은 인파가 축제에 참여했고,
자연스럽게 제 전시도 보러 와 주셨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활용해 많은 드로잉들을 제작했는데,
오히려 이런 어설픈 문화적 재해석을 현지분들이 정말 재미있게 봐주셨어요.
물론 제가 노린 부분도 있기는 했습니다. 외국인이 가지는 특권(?)을 이용한거죠.
오른쪽 사진은 제가 과자를 가득 안고 있는 사진인데요,
어느 현지인 분이 지나가다가 전시를 오랫동안 보고 가셨는데, 과자와 음료를
한가득 사들고 다시 돌아오셔서는, "이렇게 좋은 전시를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하시는거에요.. 사실 연고도 없는 도쿄에서 누가 보러 와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아마 제 인스타 스토리를 기억하시는 분은 바로 아실텐데,
오른쪽 사진의 BLT샌드위치는 제가 이 동네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방문했던
샌드위치 집이고, 왼쪽 사진은 샌드위치집 사장님과 직원분이 제 전시장에
방문해 주신 상황입니다..ㅎㅎㅎㅎ
샌드위치 먹으러 갔을때, 구글 번역기로 '나 이 근처에서 작업하는데, 전시도 해!' 라고
이야기 해준것 뿐인데 정말 와주셨어요. 감동..
CRANE HOUSE SANDWICH SHOP
Tokyo, Taito City, Kojima, 1 Chome−11−12 東京洋装雑貨センター
그리고 다시 캐리어 두 개와 함께 귀국..
전부 종이에 작게 작업했기 때문에 따로 우편으로 부치지 않고 모두 핸드캐리로 가져왔습니다 ㅎ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참 길면서도 짧은 시간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레지던시 생활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한 달이었던것 같아요.
한 달 동안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곳의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상상 이상의 압박으로 다가왔던것 같습니다.
레지던시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웬만큼 작업량이 나오기까지는 정말
'빳빳하게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제 작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루이스는 그런 제게, "여기서는 완성이 아닌 과정을 보여주면 돼.
완전히 변한 환경과 루틴 속에서 영감을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그걸 표현해.
네가 할 일은 그거야. 전시 같은 것에 부담 갖지 마. 제일 중요한 것은
이곳 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그 뒤의 일이야. 너는 그걸 위해 이곳에 온 거라고."
라는 격려와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몰라요.
도쿄에 도착한 직후 혼돈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의 일기 일부를 공유해봅니다🫠
"이 세상에 즐겁기만 한 일은 결코 없고, 그렇다고 인내와 고통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행복과 인내의 경험을 충분히, 온전히 맛보았느냐가 아닐까.
하긴, 지금 이 순간 내가 서울에 있었더라면, 이런 생각은 커녕
녹초가 되어서 버스에 몸을 싣고 저녁 메뉴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겠지."
"종일 그린 그림들이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오래 전 그렸던
드로잉들을을 화면에 띄어놓고 한참을 뒤적였다.
도쿄에서 그려나갈 드로잉들 또한 언젠가 어느 날에 오늘처럼 다시 꺼내어
넘겨볼 만한 한 페이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작은 위안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 일인 게 맞다."
귀국 후에는 안국역 근처 <킵인터치서울>에서 레지던시 보고전을 일주일 간 개최했습니다.
도쿄에서 이미 선보이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서울에서도 한 번 보여드리고 나서
마무리를 짓고 싶었어요.
일본에서 전시를 열 당시에 지었던 전시 제목인 <도쿄 하이쿠 수업>은
한자로는 <도쿄 하이쿠 수행>으로 표기했는데요,
일본어를 잘 하는 동생에게 전시 제목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을 구하던 중,
아무래도 일본어(한자)로 표기할때는 '수업'보다는 '수행'이 어감이 어울리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도쿄 하이쿠 수업'으로 제목을 지었는데, 이는 제가 도쿄에 머물면서
'스스로를 위한 시각적 하이쿠 수업을 진행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제목을 지으면, 현지인들이 볼때 제가 무언가를 가르쳐주는(수업)
전시로 오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어요.
그래서 한자어 표기는 '수행'으로 하고, 한글로는 '수업'
영어로는 '트레이닝'으로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전시를 진행했던 <킵인터치서울>은
오래 전 작품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저런 교류가 있었던 전시공간이었습니다.
운영하시는 부부께서도 예술가이시고,
무엇보다 도쿄에서의 전시를 서울로 가져오는 데에 있어
'킵인터치'라는 공간의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머물렀던 도쿄의 레지던시 또한 예술가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이었으니까요.
일본 레지던시 보고전에 걸었던 이 일곱 글자로 이루어진 작업은 문자 그대로 읽으면 ’온화하게(상냥하게) 달려라‘라는 뜻이 됩니다. 도쿄에 머물 당시 택시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가 본 표지판을 사진을 찍고 작업실에 돌아와서 거의 비슷하게 그린건데, 우리나라로 치면 도로에서 과속하지 말라는 뜻과 같습니다. ’과속금지‘ 정도가 되려나요.
그런데 외국인인 저에게는 어쩐지 ’온화하게 달리시오‘라는, 그 또박또박 한 글자씩 간격을 두고 서있는 표지판이 어떤 따뜻하고 야무진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번 시작한 이상 이제는 쉽게 멈출 수 없는 이 삶과 작업이라는 달리기를 언젠가 잘 마무리하려면, 그리고 오랫동안 먼 풍경을 달리려면, 때로는 주변 풍경도 둘러보고, 호흡도 조절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온화한 마음과 행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아요.🙂
(물론 마음처럼은 잘 안되네요.. 늘...🤤)
도쿄에서의 전시 포멧은 거의 비슷하게 디스플레이를 진행했지만,
작품의 순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크게 계획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디스플레이를 하는 날의 기분에 따라
변화를 주며 작품을 걸었어요.
전시장 한켠에는 레지던시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가져와 현장감을 재현해보았습니다.
아래 아카이빙 링크에서 전시 정보와 작품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번 드로잉 전시에서는 특별히 드로잉과 동일한 사이즈로
81장을 프린트 한 작품집을 소량 제작했습니다.
짧았던 전시의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봅니다..ㅎㅎ
작품집이 나오고 나서는 도쿄의 멘도 부부에게도 보내드렸어요.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멘도 부부에게.
안녕, 벌써 한국으로 돌아온지 두 달이 다 되어가네. 올모스트 퍼펙트를 거쳐가는 모든 작가들이 나처럼 느끼겠지만, '정말 꿈 같은 한 달 이었다' 라는 표현 이외에는 그곳에서의 시간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문득, 일 년 열 두 달 동안 세계 여기저기에서 떠나온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작업하는 너희 부부의 삶이 어떤 것일지 상상해 보게 돼.
참 멋진 삶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장소에 머무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의 세계를, 그 정수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일 말이야. 게다가 어떤 예술가가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해 나가고, 창작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만끽하며 다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고, 결국 당신과 당신의 공간은 그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으니까.
당신 둘 다 이미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어떤 예술가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재자'의 역할은 더 색다르고 멋진 영감을 그대들에게 선사하겠지. 물론 너희의 사랑스러운 딸 토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삶의 영감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으리라 믿어.
작년 가을에 레지던시 입주를 위해 줌으로 인터뷰를 했던 일이 생각나. 그때 루이스 당신이 물었지. 너는 이미 한국에서 꽤 유명하고, 큰 어려움 없이 잘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왜 여기에 오려고 하냐고. 여기에 오게 되면 너는 적지 않은 돈을 쓰게 될거고, 우리는 네가 돈을 낭비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그때는 내가 조금 당황해서 당신이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던것 같아. 네 말이 맞아. 이제 나는 작품활동 만으로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된 전업작가고, 때문에 이제는 작업을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고, 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해.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그러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나 스스로가 한참 부족한 인간이라는 걸 늘, 언제나 느껴. 때로는 그것이 내 삶을 밀어올리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끝없이 괴롭고 불안한 일이기도 해. 당신은 나보다 몇 배 더 많은 시간을 예술가로 살아왔고, 이게 어떤 의미인지 나보다 잘 알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도쿄에서 당신이 내게 해준 말들은 내게 무척 큰 용기가 되었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완결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머물고, 그 빛나는 순간들을 마음껏 즐기라고 했잖아. 물론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보려고 해.
도쿄에서 삼 일 간의 짧은 전시를 오픈했을 때, 레지던시 공식 계정을 통해서 내 드로잉들을 구매하겠다는 메시지들이 꽤 들어왔고, 당신은 내게 어떻게 할건지를 물어봤지. 레지던시를 운영해온 이래 그런 일은 처음이었고, 내가 판매를 하지 않을거라고 하자 당신은 웃으며 내 선택을 존중한다고 해 주었어. 사실, 귀국한 뒤에 한국에서 다시 전시를 했을때에는 도쿄에서의 드로잉들을 판매 해 볼 생각을 했어. 그런데 도무지 팔 수가 없겠더라고. 무언가 더 각별하게 느껴졌던것 같아. 전시장에서 만난 어떤 분은 내게, "그럼, 다른 작품들은 별로 소중하지 않나봐요?" 라고 묻기도 했어.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되더라. 물론 늘 그래왔듯 드로잉들을 판매했다면 지금껏 내가 그래왔듯 예술가로 살아남는데 surviving에는 도움이 되었겠지. 하지만 도쿄에서의 창작의 기억들은 내가 예술가로 살아가는데 lasting에 있어 나를 위한 영감으로 남겨두고 싶었던것 같아.
내가, 우리가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기를, 미래의 우리에게 보내는 어떤 삶의 단서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해.
이나마 당신에게 이러한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이만 줄일게.
친애하는 마음을 담아.
From. Sun
귀국하고 오니 봄이 될 때 화단에 심었던 수국들이 모두 예쁘게 피었더라구요.
내년에 더 많은 수국을 보기 위해 가지치기를 해 주고,
수확(?)한 수국들은 꽃병에 꽂아두고서 얼마간 감상했습니다.
요리를 하고 남은 파를 몇 개 심어보기도 했는데, 정말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서
'파테크'라는 게 이런가구나.. 라는걸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게속해서 틈틈히 식물도 사 모으고 있구요!
아마 겨울이 되어서 식물들을 집안에 들이게 되면 이제 거의 정글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이 들지만 오히려 좋을것 같아요ㅎㅎ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에는 반려고양이가 좀 아팠어요.
살이 많이 빠지고 밥을 잘 먹지를 않아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정말 다행히도 큰 탈은 없는걸로 확인되어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생각해보니 벌써 함께 산 지 7년이 되어가네요.
안락사 당하기 하루 전에 구출 된 녀석이어서, '얘는 내가 살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당시 살던 반지하 집겸 작업실에 데려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그만큼 지났다는걸 깨달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동물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은 다르니까요😿
바쁜 집사로서 무척 미안하기도 하고..
오래오래 함께해주길.
제게 있어 2024년 중 가장 중요했던 이벤트,
9월인 지금도 강릉에서 진행중인 제 개인전
<춤,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 를 개최했습니다.
작년에 강릉시립미술관 측에서 연락을 주신 덕분에 날짜를 잡고 반 년 가량 준비를 했어요.
그동안 개인전을 정말 많이 진행해 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상업갤러리였고, 공공미술관에서 큰 규모로 개인전을 여는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갤러리에서는 전시 구성의 거의 대부분을 작가가 혼자서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미술관의 경우에는 학예사를 비롯한 전문 인력이 전시의 기획과 진행의 많은 부분에 개입하게 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공간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접근성이
최대한 고려가 되어야 하고,
작가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시가 결정되고 나서 개최를 하기까지
학예사님과 내내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전시 주제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어요.
전시장이 1,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떤 그림을 어디에 걸고,
동선을 비롯한 다양한 고민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이런 과정이 제게 큰 공부와 경험이 되었습니다. :)
작품이 대략적으로 완성된 뒤에는
이렇게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하구요.
물론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결국 현장에 가서는 디스플레이가 바뀌곤 합니다.
그림을 걸고 나서야 실제의 느낌을 알게 되니까요.
미술관 전관에 걸친 디스플레이는 거의 열 시간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림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림을 걸고 보면,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작품의 높이나 간격이 상상했던 것과 다를 때도 있기때문에
그 조정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리곤 해요.
깐깐한 작가 때문에 오랜 시간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춤」 입니다. 춤의 어원 탄하Tanha는 ‘생명의 욕구’를 의미한다고 해요. 어쩌면 춤은 우리 인간이 창조해 낸 최초의 표현 양식이며, 이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저는 우리의 인생이 자신만의 춤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춤을 추며 살아갑니다. 저는 지금 예술가로서의 춤을 추며 살아가고 있지만, 저 또한 제가 잘 출 수 있는 춤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거기에 능숙해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는 이 세상이 저에게 제시하는 ‘보편적인 춤’에 대해 어떤 불편함을 느꼈고, 그런 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제가 추고 싶은 종류의 춤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서투른 것이 많지만, ‘예술가’라는 ‘춤’은 제가 가장 잘 출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잘 추고 싶은 종류의 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춤을 추며 삶을 살아내고 있나요? 캔버스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새로운 비행을 꿈꾸는 도도새의 몸짓이 당신에게 이와 같은 질문과 영감을 선사하기를 바랍니다.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춤,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
(Dance, Flowing Waves, Drifting Hearts, and Dreaming Journeys)
기간 : 2024.07.26 (금) ~ 2024.10.06 (일)
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소 : 제 2, 3, 4 전시실
가격 : 무료
주최 : 강릉시 / 주관: 강릉시립미술관
20인 이상 단체 관람 문의 : 033) 640-4271
포스터 디자인 : 김윤하 @yoonamuna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업했던 미공개 드로잉들 깜짝 공개😀
강릉 시내에도 현수기가 이렇게 걸렸구요 :)
아,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도 안 할수가 없겠네요.
그간 늘 제 작품이미지가 명확히 보이는 형식의 포스터를 당연하게 써 왔습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상상력을 유발하는 포스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포스터를 통해 제 작업과 전시의 느낌을 은유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예술공간 의식주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미디어 아티스트 김윤하 작가님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작가님께 부탁을 드려서, 이러저러한 저의 의도를 알려드린 과정 끝에
이번 개인전의 포스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제목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정하게 된 부분이 많아요.
'춤'이 주제인 전시인 만큼, 전시 제목에서 춤의 리듬감과 음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최근에는 국회방송의 <우리동네 미술관>에서 촬영을 오셨어요!
보실수 있는 유튜브 링크를 공유드립니다 :)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초청특강에서 짧은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예술가와 갤러리가 함께 상생하고 성장해 나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통과 신뢰, 비전에 대한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갤러리는 작가 그 자신만큼 작가에 대해 더 잘 알고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전시나 페어,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위해 작가를 소개하는 현장에는 작가 대신 갤러리 관계자 분들이 자리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작가에 대한 심도있는 리서치와 소통을 통해서 작가가 어떻게 활동을 해 왔는지,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를 수립할 때 견고한 신뢰가 형성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는, 그러한 전략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열정과 노력, 성실성을 담보해야겠죠 :)
저는 무척 운이 좋게도, 그간 저와 제 작업을 이해해주신 감사한 분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 올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러닝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5에서 7 킬로미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10 킬로미터를 뛰어요.
러닝은 제가 20대 때부터 꾸준히 멈추지 않고 즐겨온 운동입니다.
사실 저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근력운동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축구나 야구 같이 팀을 이뤄서 진행해야 하는 구기종목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데다가(시청하는 것도요..)
재능도 없다고 생각해서, 혼자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러닝을 좋아하게 된것 같아요.
매번 기록을 측정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페이스를 확인하는 일은 늘 보람있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에 뛰며 그 날의 감정과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기도 합니다.
게다가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는 점도 달리기를 지속하는데 큰 동기가 된 것 같아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곧 9월 29일에 있을 뉴발란스 10K 마라톤에 나갑니다 :)
마라톤 대회는 작년부터 나가기 시작했는데, 늘 혼자 뛰다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일에도 엄청난 재미와 쾌감이 있더라구요.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나은 기록을 기대해보며 연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새로 발간되는 성안당 미술교과서에 제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
아티스트 토크나 인터뷰를 할때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부터 미술을 시작했나요? 인데요,
많은 분들께서는 제가 아주 어려서부터 철저히(?) 미대를 목표인 학생으로 살아왔을거라고 예상을 하시곤 합니다.
사실 저는 인문계열 남중, 남고를 나왔고, 미대를 가야겠다는 결심은 고2때 담임선생님이셨던 미술 선생님 덕분에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때 미술부 활동을 했는데, 아마 그때 눈여겨 보셨던것 같아요..ㅎㅎ
물론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를 무척 좋아해서, 종이란 종이에는 모조리 낙서를 해대서 어머니께 혼이 많이 났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만화를 그리거나 교과서에 낙서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학창시절 내내 수업시간에 제대로 집중을 못했던것 같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그렇게 낙서를 해대던 교과서에 제 그림이 들어가게 되었다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게 될 교과서에 부족한 작품이나마 수록하게 되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듭니다😌
제 작업이 꿈 많은 친구들에게 작지만 뜨거운 영감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최근에는 제 소개로 만난 커플이 결혼을 했어요 ㅎㅎ..
남자쪽은 무려 저의 중학교 시절 첫번째 친구이도, 여자쪽은 제가 2008년에 대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만나게 된 학부 동기입니다..!! 둘이 마침 솔로여서 소개를 시켜줬는데, 결혼까지 골인을 하게 되었네요.
이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오래오래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드로잉과 책을 선물해주었습니다 :)
상반기 스타벅스에 이어 하반기에는 와인과 홍삼(!!!)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롯데백화점에서 감사한 제안을 주셔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리카솔리 와이너리와 협업해
와인 라벨 콜라보를 하게 되었어요:)
이번 콜라보를 위해 드로잉 두 점을 제작했고, 여기에 대한 인터뷰는 에비뉴엘 매거진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 일부를 아래 공유해 봅니다.
계속해서 표현하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축복 같은 일인 듯싶은데, 요즘 도도새가 주는 영감은 무엇인가요?
도도새만 그리면 지루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요. 하지만 저는 작품 속에서 계속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도도새를 통해 펼치고 싶은 서사가 많이 남아 있어요. 도도새를 그리기 이전에는 새 머리 형상의 인간을 그렸어요. 그러다 한 공모전을 계기로 모리셔스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도도새에게서 엄청난 영감을 얻게 됐죠. 도도새는 저의 커리어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존재이고, 지금은 예술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존재죠. 이제는 도도새라는 존재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세상의 형태에서 작업의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브랜드나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활발하게 협업을 이어왔는데, 협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에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걸 배우기도 하고, 갖고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계속해 나가면서 제가 발 디디고 있는 땅이 넓어지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이번에 롯데백화점과 함께 와인 레이블 작업을 진행했어요. 와인과 관련된 작업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협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와인과 관련된 히스토리를 듣고 나서 진행을 결심했어요. 리카솔라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오랜 명맥을 잇는 와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것들을 좋아해요. 헤리티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지키고 가꿔야 살아남는 것이잖아요. 무언가를 오래도록 가치 있는 상태로 지켜낸다는 것은 끊임없이 스스로의 결핍을 확인하고, 그 결핍을 채워나가기 위한 성장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제가 도도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와 맞닿는 지점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렇게 오래된 와인이라면 한 번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와인의 경우 레이블 자체가 캔버스인 셈이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매체더라고요.
이번 협업 과정에서 새롭게 그린 두 작품이 레이블에 담겼어요. 이 두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도도새의 이야기와 와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문법을 레이블에 자연스럽게 녹여 보여주고 싶어서 작업에서 반복되는 모티프 중 하나인 정글 속에서 탐험하는 도도새를 담았어요. 이 작업의 경우 과거에 모리셔스에서 한 경험이 녹아 있어요.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는 도도새를 추적하면서 숨바꼭질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글과도 같은 현대사회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마치 도도새가 숲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와인에도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또 하나의 작품에는 별을 담았어요. 최근 제 작품에는 별이 자주 등장해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데, 저에게는 여전히 별이 꿈이나 희망,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러한 가치도 와인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의 경우 와인을 테이스팅해보고 그렸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리카솔라 와인의 맛을 어떻게 느꼈고, 이는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데, 리카솔라 와인이 샤르도네 품종의 포도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샤르도네는 다양한 요리와 어울리는 품종이죠. 테이스팅을 하다 보니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대에 와서 예술가도 다재다능할수록 환영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열려 있는 예술가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와인을 담는 케이스에도 작품을 담았어요. 이 와인을 사거나 선물할 때
와인과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발견했으면 하는 지점이 있나요?
케이스가 와인을 선물하거나 대접할 때 환대하는 느낌을 더해줄 것 같아요. 와인은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기에 작품을 통해 그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풍성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작업에서 얘기하고 있는 ㅂ것들을 발견해주면 행복하겠죠.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해보자는 것이에요. 세상이 맞다고 하는 게 정말 맞을까? 이 화두를 던지는 게 제 작업의 목표예요. 이러한 메시지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같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통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과 마주하게 되는데, 일상에서도 예술과의 접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것이 제가 계속 협업을 하는 이유예요.
삶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이 삶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게 제 작업의 가장 큰 동력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멸종된 동물을 그리는 작가이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으로 관심이 확장되어 매년 기부를 하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세상에 간섭할 수 있다는 감각이 좋더라고요. 삶과 예술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예술도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일이니까요.
Art Labels Wine Project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가능성,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온 아티스트 김선우와 리카솔리 와인이 조우했다. 예술과 와인의 만남을 도모하는 ‘아트 레이블 와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리카솔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오랜 명맥을 잇는 와인이다. 약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와이너리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의 ‘끼안티 클라시코’와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직접 각각의 와인에 어울리는 두 점의 작품 ‘The Dreamer’와 ‘The Seeker’를 창작했다. ‘바론 리카솔리x김선우 아트 스페셜 에디션’에 담긴 도도새들은 깊은 숲속을 탐험하거나 별빛 아래에서 자유로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다. 김선우 작가는 “도도새들은 비록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했지만,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품고 나의 캔버스 속에서 재탄생해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이러한 도도새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변함없이 반짝이는 별처럼 그 빛을 지켜온 리카솔리의 오랜 이야기가 당신에게 새로운 질문과 영감을 선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Sommelier’s Comment
이탈리아 와이너리를 방문해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는 ‘배럴 테이스팅’을 30회 이상 진행했다. 그 결과 과실 아로마가 풍부하고 산도가 좋은 청량한 와인과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정찬 코스 메인 요리에 어울리는 중후한 느낌의 레드 와인을 선정했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체리나 딸기 같은 붉은 과실, 아이리스와 제비꽃, 발사믹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신선한 산도, 부드러운 타닌감을 자랑하는 레드 와인이다.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균형 잡힌 산도와 벨벳 같은 타닌감을 지닌 프리미엄 레드 와인이다. 와인과 예술 작품은 일상에 영감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롯데백화점 와인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앞으로 더 다양한 협업 상품을 선보일 것이다.
최준선(롯데백화점 와인앤리커팀 치프바이어)
Curator’s Comment
이번에 롯데백화점에서 준비한 와인과 예술의 만남은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작되었다. 김선우 작가는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한 도도새를 작품 속에서 부활시킴으로써 복잡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과 이상을 잃지 말자는 격려를 건넨다. 이런 서사가 담긴 작품을 미술관이 아닌 와인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만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순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영감을 받길 바란다.
윤나언(롯데백화점 아트컨텐츠팀 큐레이터)
에비뉴엘 매거진에 들어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작업실에서 연출샷을 찍었는데요,
아직도 매번 어색한 기분이 들면서도 이제는 나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분에 따라서 저의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해주시는 것도 신기하구요.
이날은 뭔가 강렬한(?) 느낌으로 해주셨나봐요....ㅋㅋㅋㅋㅋ
옷도 협찬을 받았는데, 택이 떼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입어야 했어요😂
결과물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요 영상은 제가 작업실에서 직접 찍은 릴스에요! 영상에서 보이듯
이번 콜라보 와인을 구매하시면 제 작품으로 디자인된 가방에 담아드린다고 합니다 :)
🔎세부 구성
- 끼안티 클라시코 2022 750ml
-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21 750ml
- 아트 에코백
*판매 일정: 2024.9.4(수)~
입점 점포 | 전점(관악점, 에비뉴엘 월드타워, 김포공항점 제외)
주문 가능 점포 | 전점(관악점, 에비뉴엘 월드타워, 김포공항점 제외)
(1차 물량은 솔드아웃 되었다는 소식이....)
초여름 무렵 제안을 주셔서 성사된 정관장 콜라보 촬영 현장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정말 무지막지한 촬영장비들이 제 작업실을 가득 채웠어요..
그간 이런저런 촬영들을 꽤 많이 해봤어도,
오른쪽 사진처럼 카메라 무빙을 위한 레일이 깔린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촬영하시는 분들을 정말 고생이 많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번 콜라보에서는 정관장 <황진단> 제품을 감싸는 보자기에 제 작품을 입혔습니다 :)
각각 두 종류를 제작했어요!
결과물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ㅎㅎ 예쁘죠?
이번 황진단을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아트프린트를 추첨을 통해 제공 드린다고 합니다😀
이번 황진단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소중한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복福을 드리는 의미의 보자기에 제 작품을 입혀 제작해 정관장의 하이엔드 라인인 ‘황진단’의 패키지로 활용하게 되었어요🙂
‘황진단 천’, ‘황진단 천 노블라인’ 제품에는 제 작품 중 〈Paradise〉 이미지가 활용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황진단의 상징이자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소나무와 함께 자유롭고 희망찬 에너지를 가진 도도새, 그리고 무릉도원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동물들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지속 가능한 삶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로 ‘황진단’ 제품에 활용된 〈Three wishers〉는 ’황금가지‘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모티브로 디자인이 되었는데요, 황금가지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서의 저서에서 생명과 재생, 신성한 힘을 의미합니다. 이번 콜라보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와 어울리는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추가로, 이번 정관장 황진단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모티브가 된 작품들을 아트 프린팅으로 제작해 직접 사인을 했고, 구매하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증정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소중한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즐거움까지 함께 드릴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
아트나우 9월호에서 <예술가가 하루>에 대한 주제로 원고 청탁이 들어와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원문을 아래에 옮겨봅니다 :)
《불안不安의 나날들》 - 예술가가 하루를 사는 법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업을 위해 각자의 일터로 이미 출근한 시간, 해가 중천에 닿을락 말락할 때쯤 느지막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맛 좋은 커피와 함께 바삭한 크로아상을 씹으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비예술’의 일상 속에서 분주하게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새 무릎 위로 고양이가 뛰어올라와 자리를 잡고 기분 좋게 가르랑댄다. 종일 그 부드럽고 따뜻한 털뭉치를 쓰다듬으며 작업은 하는 둥 마는 둥 나른한 오후를 보내다가, ‘에잇, 오늘은 아무래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군’ 하고 붓을 저 멀리 내던져버린다. 그러고선 한껏 공들여 단장을 하고서 동료 예술가들이 기다리는 단골 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늘 마시던 걸로’와, 지성과 영감이 가득한 동료들과 함께 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길고 긴 밤을 지새운다.
이렇게 비현실적이지만, 어쩐지 우리 모두가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이상한 기시감이 드는 이 우아하기 짝이 없는 예술가의 하루는 불과 십 칠년 전, 그러니까 미술 대학 입시를 앞두고 내가 상상했던 예술가의 나날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처럼 나태하고 나른한 동시에 무언가 비범하고 반짝이는 영감이 가득한, 언뜻 무위도식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하는, ‘쓸모 있는 한량’의 삶을 솔직히 동경하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대중매체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부여한 허무맹랑한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먼 미래에 내가 직접 예술가로 살아가게 되면서 부터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이제 나는 벌써 삼십 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더 이상 신진작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견작가도 아닌 그 어딘가의 영역에 걸쳐 십 년 차 전업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예술가라는 직업의 측면에서 볼 때 짧지도, 그렇다고 길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시간 동안 ‘작가’라는 직함을 지켜낸 과정을 구구절절 풀어놓자면 한 편의 신파극이 되겠지만, 지면 관계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에, 그 모든 과정을 짧은 한 단어로 압축해 보자고 한다면, ‘버텼다’라는 표현으로 어떻게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예술가의 삶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결국 ‘버티자, 버티는 거야’라며 이를 악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세월을 헤치며 조금씩 전진해 나아가는 것이긴 하다. 이처럼 ‘살아간다’라는 기본적인 삶의 레이어에 최소한의 것을 갖추며 버텨가는 일 조차도 무수한 번민과 끝없는 방황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연속일진데, 여기에 ‘예술가로 살아가기’라는 레이어가 한 장 더 겹쳐지게 되면 삶의 형태는 무어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여러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활동으로 비춰지기 쉽다.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에 필생을 걸고 도전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가족과 친구들, 그 스스로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이고 심각해 보이는 문제들은 오히려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국 지극히 부차적이고 사소한 것이 되고 만다.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 전연 다른 형식의 ‘버티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평론가,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삶과 예술을 동시에 지속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을 겪었는데,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이혼, 암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살아온 예술가로서의 삶을 스스로 이렇게 평가한다.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었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단한 삶을 어떻게든 유지하는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버티기’를 가능하게 해 주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영국의 작가 힐러리 맨틀Hilary Mantel 또한 좋아하는 일이 삶과 일치하는 그녀의 삶이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글을 쓰면 불안해지고, 계속 마음이 심란해져요. 동화 <빨간구두>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그냥 춤을 추고 또 추고 절대로 평정을 찾지 못하는거죠.“
예술가의 삶을 60년 이상 지속해 온 영국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매기 햄블링Maggi Hambling 마저도 그렇게 오랜 시간, 평생을 작업에 투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과정에서 빠짐없이 엄청난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한 낭패감과 당혹감을 느꼈다. 무려 60년! 반세기 이상을 내내 주구장창 작업을 하면서 버텼는데도 그 불안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도 안 돼!
매기 햄블링이 예술가로 살아온 시간의 절반의 절반도 아직 버텨내지 못한, 십 년 차 예술 새내기인 내가 느끼는 좌절감을 조롱하듯 그는 그러한 불안한 감정을 당연하게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의 모든 단계는 실험 단계에 있어야만 하며, 그렇지 않다면 죽은 예술과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득 최근 개인전 디스플레이를 위해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담당 학예사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강릉의 한 공립 미술관에서 두 달 가량 진행될 나의 전시를 위해 우리는 작년부터 전시 주제와 기획에 대한 연락을 주고받았고, 일 년 가량의 준비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전시 개최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장장 일곱 시간 넘게 작품 설치를 진행하던 와중에 잠시 커피 한 잔을 하며 서로의 깊어지는 다크서클을 마주했을 때, 학예사님이 내게 물었다. “작가님, 그래도 이제 작업해 오신지 십 년 정도 되셨으니 새로 작업을 구상하시거나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 일이 많이 편해(익숙해) 지셨죠?” 나는 그 물음에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흔들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뇨. 절대로요. 매번 아주 새롭고 어려운 난제와 마주하는 기분이에요. 이건 대체 언제쯤 익숙해질까요?” 나의 기운 빠지는 이 대답에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머, 전혀 그러시지 않을 줄 알았어요. 작가님은 주말도 없이 거의 일 년 내내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시고, 늘 활동도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래서 늘 작업이 술술 잘 풀리시는 줄 알았지 뭐예요.”
나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 년 내내 거의 꽤 정확한 작업 루틴을 유지해오고 있다. 오전 다섯 시에 집을 나서서 작업실에 다섯 시 반쯤 도착해 커피와 견과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작업을 하다가 오전 열한 시 반에 샐러드와 닭 가슴살로 점심을 해결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식단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포만감이나 식곤이 느껴지는 것이 싫어서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면 십오 분 정도 동네를 산책하고 나서 두 번째 커피를 마시고, 오후 다섯 시나 여섯 시 정도까지 작업을 지속한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제대로 된, 맛있는(이 부분은 고된 하루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내게 굉장히 중요하다)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해 먹고 나서, 오후 여덟 시와 아홉시 사이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가 오 에서 십 킬로미터 정도를 운동 삼아 달린다. 그러고 나면 책을 읽거나 반려 고양이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오후 열 시에 잠자리에 든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예술적인 삶’과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비예술적’인 삶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이런 루틴에 대하여 의심 섞인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어째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가 왜 자유롭지 않은 루틴 속에서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십 칠년 전의 내가 그랬듯, 대중의 상상 속 예술가는 여전히 나태하고 나른하다. 바른생활 예술가의 표본인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매번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았다고 하니, 대중매체가 심어놓은 예술가의 이미지는 이처럼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내 경우, 그러한 질문에 대해여 대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야 말로 진정한 자유이지 않을까요?” 혹은, “내가 내 삶에서 가장 잘 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러한 일은 최상의 상태에서 수행하고 싶다” 와 같은 뜬구름 잡는 답변을 내놓기는 하지만, 학예사님과의 대화 도중에 나는 문득 매기 햄블링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그가 평생을 작가로 성실하게 버텨내 오면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그 ‘불안’에 대하여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예술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데에서 오는 그 물리적, 정신적 불안감, 결코 떨쳐버릴 수도, 완전히 떨어내서도 안 될 그 날카로운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자 수단으로서 그나마 내가 통제 가능한 철저한 루틴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요컨대 내게 있어 루틴이란, 내 인생에서 나 자신과 약속한 가장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기초 체력을 위한 일종의 단련인 것이다. 비록 무수한 실패와 오류를 생산해 낼지언정, 그렇게 창작을 위한 근육을 단련하는 일만은 제대로 지속하고 있다는 그 감각이 이 ‘예술적인 삶’을 버텨내게 해온 가장 강력한 동기이자 원동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 결코 쉬운 적 없었고, 앞으로도 버텨나가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매번 전시를 앞둘 때면 막막하고 답답해서 먹은 것도 없는데 당장이라도 체할 것 같다가도, 열기와 열망과 욕심과 열정과 호기심에 들떠서 다리미처럼 금세 달아올라 피로도 잊고 붓과 연필을 움직이다가, 마침내 녹초가 되어 작업실 문을 닫고 나와 시간이 지겹도록 느리게 흐르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면, 그림이란, 회화란 뭘까? 전시란 뭘까? 작업이란 도대체 어떤 행위인가? 과연 나는 무엇을 하는 인간인가, 스스로에게 몇 백 번씩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이와 같았듯, 결국 내일도 작업실로 향할 수밖에 없다. 답을 찾는 인간이 아니라, 질문하는 인간으로 살아내기로 결정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단 하나의 명료한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불안한 존재다. 불안不安, 문자 그대로 한 자리에서 안거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불안한 예술가여, 당신은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삶이란 본래 불안정한 거잖아요. 영원한 안정을 누린다면 그건 삶이 끝났다는 거죠.” -힐러리 맨틀Hilary Mantel
올해 초 출간되어 판매중인 제 에세이 <랑데부> 구매시 책갈피 증정 이벤트를 잠깐 진행했구요..ㅎㅎ
지금 이 이벤트는 종료된것 같아요!
집에서 작업실까지 대략 거리가 6에서 7 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부터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어요.
완전 전기는 아니고.. 인력을 좀 써줘야 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자전거인데,
오가는 길에 언덕이 많아 나름 운동도 되고 기분전환도 되고 좋은것 같아요!
다만 이제 겨울이 오면 당분간 다시 버스를 애용하게 되겠죠..?
레코드도 드문드문 한 장 씩 사다가 듣고 있습니다.
늘 유튜브로 BGM처럼 자동재생으로 무의식중에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레코드로 차근차근 집중해서 음악을 듣다보면, 온전히 '듣는' 취미를 가지게 되는 기분이 들어요.
최근 구매한 레코드 리스트를 공유해봅니다 :)
강아솔 - 정직한 마음
maru / 日々き hibiki (나날)
Paniyolo + Akio Watanabe / 家並み Yanami
김동률 - 라이브앨범 KIMDONGYUL LIVE 2019
정기고 트리오 - Junggigo Sings Brazil
마녀 배달부 키키 OST LP 지브리 스튜디오 [사운드트랙 뮤직 콜렉션]
가장 최근의 근황으로는 무척 흥미로운 협업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바로 첼리스트 홍진호님과의 콜라보레이션인데요, 언뜻 잘 상상이 되시지 않겠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로 진호님과 인연이 되어 함께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대에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건 아니구요,
연주자 분들이 연주하는 무대 위쪽으로 제가 만든 영상이 상영되는 형식의 공연입니다.
각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이 상영이 될 예정이에
그렇기에 이번 공연은 도도새와 첼리스트가 등장하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진행이 됩니다.
많이 궁금하시겠지만 아직 스포일러를 하기에는 이르기에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이번 협업이 제게있어 흥미로운 도전이자 동시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프로젝트인 이유는,
제가 모든 영상 작업을 혼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형식의 영상 작업이고, 연주되는 음악의 뉘앙스를 이미지로 해석하는
일 자체가 도무지 남에게 맡길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틈틈히 홍진호님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패드로 애니메이션 소스들을 만들고,
조금씩 영상 작업을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대체 영상을 다루는 일은 어디서 배웠냐' 라는 질문을 하신다면...
무명작가 시절에 재료비를 벌기 위해 영상 관련 일들을 아르바이트로 많이 했었거든요..ㅋㅋ
학원이나 학교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영상으로 녹화하고, 자막을 넣기도 하고,
잠깐 단기로 일했던 출판사에서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들이 오늘에 와서는 큰 도움이 되다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작업 과정에 대해 살짝 공개를 하자면, 현재 저는 셀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프레임을 하나하나 그려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식인데요,
말 그대로 노가다와 다름 없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도도새를 춤을 추게 하려면, 위 사진처럼 도도새가 조금씩 움직이는 이미지 수십장을 전부 따로따로 그린 뒤에 이어 붙이면,
작업 과정에 대해 살짝 공개를 하자면, 현재 저는 셀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프레임을 하나하나 그려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식인데요,
말 그대로 노가다와 다름 없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도도새를 춤을 추게 하려면, 위 사진처럼 도도새가 조금씩 움직이는 이미지 수십장을 전부 따로따로 그린 뒤에 이어 붙이면,
이런 결과물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제작된 여러 소스들 (숲, 도도새, 나비 등등..)을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불러와 배치를 하고, 시간에 맞춰 이동하게 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지루하고 고단한 부분이 많은 방식의 작업이지만,
그래도 올해 초부터 준비를 해왔던 터라 벌써 많은 분량의 작업이 나왔고,
이제는 고단함보다는 설레는 기분이 더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ㅎㅎ
티켓은 벌써 오픈이 되어 있어요.
제가 직접 한땀한땀 그려낸 드로잉들과 음악과 함께 춤추는 공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일단은 11월 17일 단 하루!만 진행되는 공연입니다..!
티켓예매링크
공연소개
홍진호 <첼로의 숲> with 화가 김선우
2024.11.17
LG SIGNATURE 홀
첼리스트 홍진호, 2년 만에 단독 콘서트 개최!
첼리스트 홍진호가 오는 11월, 2년 만의 단독 콘서트 <첼로의 숲>으로 돌아온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의 우승을 통해 알려진 홍진호는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며 첼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은2022년 <모던첼로>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로, 풍성하고 따뜻한 첼로 사운드가 중심이 된 매력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2024 서울 재즈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홍진호퀸텟’이 함께 한다. 첼리스트 홍진호를 필두로 재즈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최문석, 베이시스트 김유성, 퍼커셔니스트 렉토루즈, 기타리스트 소상규로 구성된 이들은 젊은 에너지와 자유분방하고 리드미컬한 연주가 특징이며 여기에 첼로의 우아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더해 환상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는 네오클래식을 넘나드는 홍진호의 음악 세계는 물론, 그의 롤모델인 요요 마와 클로드 볼링의 작품, 그리고 더욱 풍성해진 그의 새로운 자작곡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어 드넓은 “숲”을 닮은 첼로의 다채로운 매력을 가득 담은 공연이 될 것이다.
첼리스트 홍진호와 MZ세대가 열광하는 작가 ‘도도새’ 김선우의 만남!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공감각적인 연출에 있다. 2021년부터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악과 책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 ‘진호의 책방’의 헤드라이너인 홍진호는, 클래식을 넘어 도서,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 공연을 위해 선택한 아티스트는 최근 MZ세대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도도새’ 김선우 작가로 클래식 무대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협업을 통해 음악과 미술이 결합된 입체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홍진호가 직접 쓴 에세이를 바탕으로 구성될 음악과 김선우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이 만나,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첼로의 숲>을 기대해도 좋다.
[ARTIST]
홍진호(첼로), 최문석(피아노), 렉토루즈(퍼커션), 김유성(베이스), 소상규(기타)
포스터 디자인 및 영상 작화: 김선우(화가)
[Program]
Mark O'Connor_Appalachia Waltz
Claude Bolling_Suite for Cello : Baroque, Galop
홍진호_꽃핀다, 첼로의 숲
노영심_숲에게 외 다수
부록 :
제가 찍은 늦여름의 하늘이에요 😶
왼쪽은 강릉 안목해변에서, 오른쪽은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의 하늘을 담았던것 같네요.
남은 계절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독자참여코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Q. 첼리스트 홍진호님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협업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님)
A.
사연이 조금 특이한데요, 사실 저희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ㅎㅎㅎ
제가 올해 초에 다른 콜라보레이션 때문에 촬영이 있어서 메이크업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저를 메이크업 해주셨던 스타일리스트님이 다른 행사에 가셔서 홍진호님의 메이크업을 해드리게 되었다고 해요. 그 분이 현장에서 진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마침 협업을 할 아티스트를 찾던 진호님이 스타일리스트님께 부탁드려서 제 연락처를 알게 되어 마침내 저희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이 모든 일의 경위입니다...ㅋㅋㅋ 메이크업이 맺어준(?) 인연인거죠!
유**님의 질문폭탄..!
Q. 질문1) 도도새 이름과 뜻은 익히 들었고, 그렇다면 작가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질문2)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떻게 마음을 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수많은 선택지에서 지금의 작가님이 되셨을 텐데요. 그 길을 걸어오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으실 것 같아서 궁금합니다!
질문3) 이렇게 질문을 받음으로써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실 것 같아요! 살면서 가슴에 꽂히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작가님께 날아온 수많은 물음표 중에 기억에 남는, 강력한 여운을 가져다 준 질문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질문 4) 일과 내면을 돌보는 시간을 구별하고 계실까요? 너무 바쁘다보면 생각할 여유도 없고 여러모로 지치실 수 있는데, 작가님께서는 멘탈관리나 힐링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무리) 저도 최유리님 곡 정말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공통점이 있다는 게 참 뿌듯하고 감정적 교류가 되는 것 같아 좋았어요! 그리고 너무 질문이 길고 많았는데 그만큼 작가님을 애정하고 관심이 많아서 드린 질문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질문이 선정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면의 시간을 꺼내어 힐링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게되면 스스로를 더 돌아보며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를 더 알아가던 시간이 참 의미있던 것 같아요. 작가님께도 의미있는 질문이었길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쭉 응원하겠습니다! 감사..랑 합니다💖 (유**님)
A.
답변1) 제 이름은 한자로 金瑄祐 인데요, '도리옥 선'에 '도울 우' 자를 씁니다!
도리옥은 옛날에 벼슬아치의 관모에 붙이던 옥이라고 하네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세상을 도우라는 뜻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답변2) 저같은 경우에는, 내 삶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 / '용납 가능한 것'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하곤 했던것 같아요.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는거죠.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할때에도 이런 식의 고민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판단을 한 이후에는,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가능한 것'을 빠르게 선택하고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체게바라가 남긴 이 문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리얼 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답변3) 지금 딱 떠오르는 질문은 이거에요. "왜 도도새를 그리세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받았고, 가장 많이 답변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렇게 될, 지금의 저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질문 같아요. 십년 전, 도도새를 찾기 위해 모리셔스로 떠났을 때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질문했던 이 물음이 지금껏 저를 작가로 살아오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 물음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답을 해보려고 노력해야겠죠 :)
답변4) 작가로 살아오면서 늘 겪고 있는 딜레마입니다.. 삶과 일이 구분되지 않는거요.
그런데 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삶과 업이 일치되어 있는 이 상황이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바쁜 와중에 틈틈이 마음을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멀리 여행을 가는 일이 최고이긴 한데, 이건 바빠서 자주 할 수 없는 일이죠..ㅠ 그래서 매주 최소 세 번 달리기를 한다던지,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을 돌본다던지, 좋아하는 레코드를 찾아서 가만히 음악을 듣는다던지 하는 일들로 소확행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이런 소소한 기쁨과 행복감인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행복을 얻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견고한 항상성과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는것 같습니다.
Q.
직가님의 가을에 꼭 들으시는 최애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어떤 곡들인지 궁금해요~ 언젠가 인스타에서 소개해주신 윤석철 트리오의 음악들이 가을날 산책할 때, 책 읽을 때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리고 피규어 제작계획은 또 없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님)
A.
가을에는 역시.. 저무는 계절 쓸쓸한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주는 펫 메서니 기타 솔로,
그리고 안온한 가을 햇살처럼 여유롭고 따뜻한 파니욜로-무네키 타카사카의 기타연주 추천드립니다. 두 음악 모두 책 읽으시면서 듣기 좋아요 ㅎㅎ
피규어 제작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는 잡혀있지 않습니다 :)
Q.
강릉전시에서 우연히 뵙고, 사진도 찍고 엽서에 싸인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이 언덕에 있는데 걸어오시던데요, 강릉에는 어떤 교통편으로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1. 기차
2. 자차
그리고 그 이유를알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님)
A.
전시에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저는 강릉은 매번 기차로 왕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외의 지역을 갈때도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어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운전을 정말 너무너무너무 싫어합니다..ㅠㅠ 작년까지 노원에 살 때는 어쩔수없이 운전을 해서 작업실에 출퇴근 했지만, 올해들어 종로구로 이사하게 된 이유도 버스나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어요. 운전을 싫어하니 좋은 차에도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관심이 없고...... 심지어 택시를 타는 것 조차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왜 운전을 이렇게 싫어할까?'하고 생각해보면,
첫째, 도로 위에 있을때의 지루함, 긴장감이 싫어서
둘째, 내가 아무리 운전을 매너있게 잘 해도, 여러 다른 요인으로 인해 속터지는 일이 많이 생기는게 싫어서
셋째, 될 수 있으면 직접 몸을 움직여 이동하는 일이 더 좋아서
넷째,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기분이 좋아서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운전이 좋아질 날이 있을까요..?
Q.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힘들었는데 작가님만의 좋은 피서법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나요?
(윤**님)
A.
사실 올 여름에는 제대로 된 휴가를 가지 못했어요.. 준비하고 있는 일,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여름이 지나가고 있네요..ㅠㅠ 올 여름 저의 피서는 작업실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작업하기..였지 않았었나.. 그렇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곧 30대를 맞이하는 팬입니다 20대를 맞이했을때는 어른이 된다는 기대감에 행복했던것같아요 하지만 30대를 맞이 할때는 내가 생각했던 20대후반의 모습과 너무 다르고 남들이 이정도는 해야지 정해놓은것에 한참 못 미쳐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것에 두렵움이 크고 부담감이 큽니다.
게다가 안정적으로 정착해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더라구요. 미리 30대를 맞이한 사람으로써 30대는 어떤가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작가님의 도도새 작품을 보면 행복합니다. 40살 50살 60살 작가님의 도도새 작품도 기대가 되요. 늘 건강하세요.)
(이**님)
A.
제가 인생에 대한 조언을 나누기에는 아직 많이 경험도 부족하고 미숙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저도 당시에는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것 같아요. 10대 시절에는 언제나 20대가 되고 싶었는데, 그 이후에는 나이를 먹는 일이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까요..ㅎㅎ
제가 20대 후반이던 당시 제 주변의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거나 자신의 길을 본격적으로 가기 시작하고 있는데에 반해 저는 완벽한 무명작가였어요. 금전적으로 무척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히 작업을 하다보니 어느새 서른이 넘어가는 해를 보내고 있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나이의 단위가 바뀌는 것보다는, 매년 연말이 될 때마다 늘 막막함을 느꼈던것 같아요. '올해는 아무튼 어떻게 버텨냈는데, 내년에도 예술가로 버텨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 재능있고 인정받는 작가들을 볼때면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러한 모든 결핍의 감정들을 성장에 대한 갈망이자 그 갈망을 실현시켜주는 열정으로 나름대로 잘 치환시켰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업 예술가라는 직업으로 이제 나름대로 잘 버텨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런 불안감의 무게는 전혀 줄어들지가 않더라구요. 특히 30대라는 시간, 지금 제가 보내고 있는 30대 중반이라는 시기는 때로는 가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아요. 미숙하지도, 그렇다고 원숙하지도 않은 이 시기는 제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아요. '지금 더 많은 걸, 멋진 것들들을 더 많이 이뤄야 해!'
마치 젊음이 마침내 내리막으로 향하기 전 절정의 그 시간을 단 하루도 허투루 소모하지 말라는 듯이요..ㅎㅎ 물론 이런 생각들이 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때도 있고, 지치는 줄 모르고 달려나가다가 정말로 탈진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쩌면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는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됩니다. 비록 어느날 지쳐서 쓰러지고 넘어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호승심이 넘치는 이 젊은 날이라는 계절 속에 지금 이 순간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계간도도만 바라보며 계절의 탈바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입니다 :) 저는 계절이 바뀜에 따라 제 신분도 취준생으로 바뀌고.. 얼마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내용이 있어요.
내가 목표라고 삼은 것들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주제였는데... 서로 방황만 하느라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갖고 계신 순간의 목표들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살짝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님)
A.
저 같은 경우에는 매 시기마다 그 원동력이 달랐던것 같아요. 작가로 막 시작을 하던 시절(작가 지망생이라고 해도 되겠네요🤔)의 가장 큰 원동력은, 믿기 어려우실수도 있겠지만 '분노'였던것 같습니다.
분노라는건 사실 영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데 엄청난 동기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이기도 해요. 당시는 저 스스로에게 조차도 쉽사리 믿음을 갖기 어려웠던 시기였고, 열정이 앞섰던 때였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것 같기도 해요.
물론 지금도 과거 못지 않게, 어쩌면 그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저를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은 향상심 같습니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싶다는 욕구가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이런 동기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고싶다', '좋은 차를 사고싶다'와 같이 결말이 딱 정해져 있는 것들이 최종 목표였다면 이렇게 자발적으로 내 일을 사랑하지는 못했을것 같아요.
오히려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끝없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막막함보다는 견딜 수 없는 설렘과 떨림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들게 하는 일을 찾았다는것, 그리고 매일 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반드시 그러한 일을 찾게 되시기를 바라며 큰 응원 보내드리겠습니다.
Q.
작가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연휴 직전에 강릉 전시 다녀왔는데, 첫 작품 '별 추적자'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어요. 반복되는 일상 속 제게 꿈이란 건 없어 보였거든요. 근데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미 제 안에 작은 꿈들이 있었다는 걸, 더 나아지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전시로 마치 응원받은 느낌이라 연휴 마치고 일상으로 잘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명절 연휴에도 작가님 인스타 스토리에 작업실 사진이 올라와서 놀랐어요. 연휴에도 계속 작품 작업하셨던 건가요? 이번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임**님)
A.
일부러 멀리까지 제 전시를 보러 다녀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
사실, 일 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홀로 보내는 저는, 전시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전시를 열고 나면 심한 무력감에 휩싸이곤 해요. 이 감정을 글로 명료하게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데, 마치 작업실에서 오롯이 혼자 누렸던 '나만의 즐거움'을 이제 세상 속으로 해방시키면서 오는 박탈감이랄까요.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니까요. 그런 감정을 느낄때면 생각합니다.
'아 나의 최상의 행복은 작업실에 있는거구나' 하고요. 게다가, 작품이 공개되는 일은 세간의 수많은 평가를 마주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건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늘 긴장되는 일이고, 작업이라는 건 언제나 백 퍼센트의 확신과 만족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제게 남겨주신 것처럼 누군가가 제 작품으로부터 위안과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제게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다시 새 캔버스 앞에 설 용기를 얻게 되고요. 감사합니다. :)
p.s. 올해 연휴에도 저는 내내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네요..ㅎㅎ 연말까지 준비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일들을 준비하며 하반기를 달리고 있어요. 아마 12월은 되어야 조금 한 숨 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ㅠㅠ
Q.
'춤'이 이번 강릉 전시 테마였는데, 만약에 작가님의 팬미팅을 하게 돼서 작가님께서 춤을 선보여야 한다면 현존하는 아이돌 그룹의 춤 중에 어떤 춤을 선택하실 것 같나요?ㅎㅎ 그리고 도도새에게는 어떤 종류의 춤이 가장 어울릴까요? -
ex) 왈츠, 발레, 현대무용, 아이돌 댄스 등등
(이**님)
A.
만약이라도 그런 일만은 제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한다면,(춤을 추지 않으면 군대를 다시 가야하 한다거나... 뭐 그런 상황이라면요..?) 방탄소년단의 <버터>를 도전해보고 싶네요..
왜냐고 물어보신다면..그냥..멋있잖아요..
아무래도 도도새는 음.. 좀 통통 튀고 발랄한 느낌의 왈츠나 탭댄스 같은게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저보단 잘 추겠죠..😅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 활동들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나눠서 쓰실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 활동, 글쓰기, 외부 콜라보, 전시, 레지던스 입주 등등 빼곡한 일정을 소화해내시는데요. 작가님만의 시간 활용법이랄까요, 좀 더 확장하자면 작가로서의 삶을 부지런히 의미있게 채워나가는 방향성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길**님)
A.
주신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마침 제가 올해 출간한 에세이 <랑데부>에 썼던 글이 생각났어요. <이카로스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글 일부를 가져와 공유드려 봅니다.
저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정상까지 도달하는 데에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육체적, 정신적 시련, 정상에서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안전한 하산 뒤에 찾아오는 나른한 안락함과 다음 등산을 기약하는 마음의 감각이 좋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입니다.
오랫동안 번민했던 문제 중 하나는 ‘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육체적인 평온한 상태는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제가 볼 때 쉰다는 행위에서가장 중요한 지점은 정신의 문제입니다. 경험상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진정한 쉼’이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나를 끝없이 일에 몰두하게 합니다. 비생산적인 일은 도무지 참지못하는 나의 성향이 한 몫 하는 것도 있고, 해보고 싶은 일, 하고싶은 일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이카로스의 뜨거운 마음이 결국 나를 인도하고 채찍질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쉼의 안락함 보다는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스스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다그치게 됩니다.
다만, 언젠가 영원히 추락하기보다는, 자유낙하의 짜릿함과 설렘을 만끽하는 법을 익히고, 하산 후의 안온한 평화를 알기 위해 그 누구보다 능숙하게 지상에 착륙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싶습니다. 나는 그렇게 이착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환희와 회한, 오롯이 나를 위한 생각과 감정들이 내 마음이라는 바다 위에서 수없이 반짝이는 윤슬처럼 일렁이는 그 감각과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길고 길었던 2024년 여름도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사연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저의 에세이 <랑데부> 에 사인을 해서 보내드리려고 해요.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사연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던 저의 마음..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ㅠㅠ
계간도도 가을호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계간도도>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후기를 공유해주세요!
이번 계간도도 여름호 부터는 후기 페이지를 만들어
여러분과 함께 볼 수 있도록 공유드릴 생각이에요. :)
소감을 보내주셔도 좋고, 앞으로 계간도도에 바라는 점,
짧은 응원의 멘트 모두모두 좋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구요, 계간도도 가을호로 돌아오겠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후기 작성 폼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