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woo Kim
Statement
현대 사회는 공공기관과 교육, 미디어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개개인을 사회라는 시스템에 예속된 신체로 제조한다. 과거에는 이 시스템 속 부속품이 되는 대가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과 부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획득하는 일 자체가 극도로 어려운 난이도의 일이 되었고, 때문에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기회를 가질 여유도 없이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와 정서적 박탈감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일의 능률과 지속할 수 있는 삶의 질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오던 중, 우연히 도도새의 비극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근 해역에 위치한 모리셔스라는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살던 그들은 원래 날 수 있는 새들이었지만 먹을 것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굳이 날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결국 날개가 퇴화되어 날 수 없는 새가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15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탐험을 하던 중 이 섬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새임에도 불구하고 날지 못해 너무나도 쉽게 잡혀버리는 그들에게 조롱이라도 하듯 ‘도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1681년, 마지막 남은 도도새가 죽임을 당했다. 나에게는 도도새가 겪은 이 비극이 다소 각별하게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이 마치 하늘을 나는 법을 망각한 도도새와 같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사회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어떤 기준과 프레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그 속에서 안주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는 행복의 기준이나 사랑의 형태와 같은 것들 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날개를 버린 도도새는 현대인들과 닮았다. 현대인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만의 기준과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망각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유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도새를 소재로 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풀어나가게 된 계기는 강원도 양양 소재의 일현미술관에서 주최한 <일현 트래블 그랜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가 계획한 본인의 작업과 연결된 여행 기반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나는 2014년 공모에 합격하여 도도새가 멸종했다고 알려진 모리셔스 섬으로 직접 떠날 수 있는 지원을 받았다. 다음 해인 2015년 여름, 나는 모리셔스에서 한 달 간 머물며 도도새에 관련된 박물관이나 기관을 방문하여 자료 수집을 했고, 드로잉, 인터뷰 등을 비롯한 창작에 기반한 리서치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그것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과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나의 작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복잡한 정글의 이미지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이라는 장소의 속성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모리셔스에 방문 했을 당시 보고 느꼈던 감정들이 표현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열대 기후에 속하는 지역인 모리셔스는 일 년 사계절 내내 덥고 습해 어디든 정글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는데, 그런 정글의 섬에서 존재하지 않는 도도새를 추적했던 행위는 나에게 그들과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하는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경험은 내게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는데, 결국 이것은 내게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생각과 고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때문에 내게 있어 정글이라는 장소는 불확실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장소를 의미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이 정주사회定住事會에서는 분명한 과정과 목적이 있는 길이 권장되고 강요되지만, 유익한 방향성을 가진 방황은 오히려 이 정글과도 같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는 정주定住가 아닌 유목遊牧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앞서 언급했던 작업의 계기와 문제의식들에 대한 대답으로서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적인 사고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언급했던 것으로, ‘떠도는 인간’이란 뜻이며, 인간은 방황 끝에 성장해 돌아온다는 것이다. 목적지와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여행일지라도 낯선 어딘가로 떠나는 행위는 우리에게 일상과는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여행 중 마주치는 작은 부분들에서 조차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을 주게 되고, 다른 방식의 답을 찾게 된다. 나는 우리의 삶이 여행처럼 늘 신선하고 두근거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거기에는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과 걱정을 수반하기 마련이지만, 정해진 길을 벗어났을 때 펼쳐지는 수천 갈래의 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수만 가지 생각과 멋진 상상력을 북돋아 준다. 때문에 나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도도새들은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닌,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알’과 같은 존재들 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려하고, 수많은 거짓들을 사실인 양 속이지만, 우리는 결국 그런 폭력적인 서사 속에서도 여전히 어디선가 꿈틀거리는 희망적인 무언가를 끈질기게 발견하려 하고, 발견해낸다. 그런 것들을 지나치지 않는 것, 반짝이도록 다듬어 세상에 다시 내어 놓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Modern society uses public institutions, education, and the media to define what it means to be a ‘normal human being’ and to manufacture individuals into bodies that are subservient to the system of society. In the past, being an accessory to this system could guarantee a relatively stable life and wealth. However, in recent years, achieving such a ‘normal and normal life’ has become an extremely difficult and challenging task, and people are now faced with a catch-22 situation in which they are forced to compete for survival without having the opportunity to reflect on their lives. As a result, the psychological problems and emotional deprivation experienced by many modern people have become a serious social problem. This is because it is directly related to work efficiency and sustainable quality of life.
While working on my artwork based on these concerns, I stumbled upon the tragedy of the dodo birds. Living on a small, beautiful island called Mauritius, located in the waters near Madagascar, South Africa, they were originally flightless birds, but in the peaceful environment of abundant food and no natural enemies, they did not feel the need to fly, and eventually their wings degenerated and they became flightless. When Portuguese sailors discovered the island during their explorations in the 15th century, their fate was sealed. The Portuguese gave them the name ‘dodo’ as a mockery of their flightlessness and the ease with which they were captured. ‘Dodo’ means ‘fool’ in Portuguese. In 1681, the last remaining dodo was killed. For me, the tragedy of the dodo bird was particularly poignant. Similar to the aforementioned problem, I've often felt that modern people are like the dodo who has forgotten how to fly. Society is constantly presenting us with standards and frames and trying to get us to settle into them through various means. In this sense, the dodo bird, which has lost its wings, is similar to modern people. We, too, have unwittingly given up, or are losing, our own standards and freedoms. Perhaps we, like the dodo, are racing towards the end of our own freedom.
The inspiration for my work on the dodo was a programme called the Ilhyun Travel Grant, organised by the Ilhyun Museum of Art in Yangyang, Gangwon Province. The programme supports artists to realise a travel-based research project linked to their planned practice, and in 2014, I was successful in the competition and received support to travel to the island of Mauritius, where the dodo is believed to be extinct. The following year, in the summer of 2015, I spent a month in Mauritius, visiting museums and organisations dedicated to the dodo, collecting material and undertaking creative research, including drawings and interviews, which I have used to tell stories about contemporary people and society through the dodo.
The intricate jungle imagery that often appears in my work represents the unpredictable, dangerous and uncertain nature of the jungle, but it is also a landscape that expresses the emotions I saw and felt during my visit to Mauritius. As a tropical climate, Mauritius is hot and humid all year round, with dense jungle everywhere, and the act of tracking a non-existent dodo on such a jungle island made me feel like I was playing a never-ending game of hide-and-seek with them. This unrealistic experience gave me a vague sense of unease, which in turn allowed me to think and contemplate in new ways that I had never tried before. For me, the jungle became a place of both uncertainty and infinite possibilities.
In the settler society that most modern people live in, a path with a clear course and purpose is encouraged and enforced, but perhaps a fruitful directional wandering is a great way to find new possibilities and one's own unique value in this jungle-like complex world. Because new thoughts and stories come from a nomadic mindset and behaviour, not a settled one.
In conclusion, I would like to propose the idea of Homo viator as an answer to the questions that prompted the work and the problems mentioned above. The philosopher Gabriel Marcel's phrase means ‘wandering man,’ and it means that we wander, grow, and return. The act of going somewhere unfamiliar, even if it's a journey with a destination and a list of things to do, gives us options that are different from our daily routine. That's why even the smallest details we encounter on our travels feel so fresh. It makes us take a second look at things that we would normally pass by without a second thought, and find answers in a different way. I want our lives to be like a journey, always fresh and exciting. It involves fears and worries of not knowing what lies ahead, but the thousands of paths that open up when we go off the beaten track give us tens of thousands of new ideas and wonderful imaginations. That's why I like to say that the dodo birds in my work are not ‘dumb birds that can't fly’, but ‘eggs’ that hold the possibility of soaring again.
The world tries to limit our imagination and tells us a lot of lies, but in the end, we persistently try to find and discover something hopeful that still stirs somewhere in the midst of such a violent narrative. I think it is the zeitgeist of an artist living in this era to not pass by such things, to polish them to shine and put them back into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