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Light DDP 2024

질문 #1 _ 작가님과 DDP의 인연이 처음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서울라이트 DDP 2024’는 작년 DDP측에서 감사한 제안을 주신 덕분에 작업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7년에 DDP에서 있었던 ‘2017 라이트웨이’ 행사에 참여했던 일이 DDP와의 첫 인연이었어요. 당시에는 정우원 디자이너님과 협업해 저의 도도새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조명 작업으로 부스를 꾸몄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이렇게 서울라이트 DDP에 참여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질문 #2 _ 이번 서울라이트 DDP 2024의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셨나요? 행사가 열리는 기간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기도 하고, 많은 시민 분들께서 보시는 영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공감 할 수 있고, 재미와 더불어 희망차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작업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질문 #3 _ 5명의 아티스트가 5개의 응원을 전하는 <5 Cheers!: 희망의 응원 릴레이>에서 ‘당신의 꿈에! Cheers’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주제를 선정한 배경이 있을까요?
저는 도도새를 통해서 현대인의 꿈고 가능성,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 작업의 서사가, 우리들의 꿈과 내일을 응원하고자 하는 이번 주제와 가장 잘 부합한다고 느꼈습니다.
질문 #4 _ 작가님의 미디어아트에는 날개 잃은 도도새와 별똥별, 오로라가 등장합니다. 특히 직접 ‘dodo_seeker’라는 아이디를 쓰실 만큼 도도새는 각별한 존재인 것 같은데요. 이들이 각각 상징하는 바는 무엇이며, ‘도도새’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나요?
도도새는 본래 날 수 있는 새였지만, 그들이 살던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여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새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날 수 없는 새가 되었고, 결국 그 때문에 멸종하게 된 비운의 종種입니다. 저는 현대인들 또한 도도새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실 속에서 안주하는 동안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도도새가 멸종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도도새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가능성,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습니다.도도새의 도도(Dodo)는 '바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만, 제 작품 속에서 재탄생한 도도새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닌, 언젠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알'과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문에 제 작품 속 도도새들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간절한 소망을 꿈꾸는 모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이번 DDP 서울라이트에서는,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과 오로라가 수놓는 신비로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도도새들의 여행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별과 오로라가 종종 ‘꿈’이나, ‘희망’과 같은 개념과 마치 동의어처럼 자연스럽게 대응되는 까닭은, 아마도 그 존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닿을 듯 닿기 어려운 아쉬움 감각 때문일 것입니다. 늘 우리의 머리 위에 셀 수 없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한 나날들 속에 쉽게 망각하게 되는 아쉬운 존재들이니까요. 저무는 한 해를 마주하며, 잠시 고개를 들어 우리가 잠시 잊어버렸던, 혹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그 신비로운 존재들을 잠시 떠올려보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질문 #5 _ 결과 못지않게 흥미로운 게 ‘과정’인데요. 작품의 준비 과정, 그 과정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주로 캔버스 앞에서 붓과 물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다보니, 영상 콘티를 제작하는 일도 조금 낯설었고, 제가 상상한대로 과연 영상이 제작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협업하게 된 버스데이 관계자 분들께서 작업 기간 내내 함께 고민해 주시고, 섬세하게 작업해 주신 덕분에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지게 구현된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버스데이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질문 #6 _ 전시공간으로서의 DDP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건축의 곡면, 시간, (자연의) 빛, 장소의 특수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을 것 같은데 이런 요소들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DDP는 디자인적으로도, 미술사적 관점으로 볼 때에도 미적으로 정말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DDP의 창조적인 형태와 구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북돋게 하고요.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들은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큰 난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도전적이며 즐거운 과제였고, 이러한 과제는 창작자들에게 더 멋진 상상력을 부여해줍니다. 이번 제 작업 같은 경우에는 스토리라인이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에, 222미터에 달하는 DDP위로 펼쳐지는 도도새의 서사가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도가 잘 표현이 된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질문 #7 _ 버스데이의 최광훈 이사님은 작가님의 작품이 한겨울 추위를 녹일만큼 ‘따뜻해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DDP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어떤 경험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나요?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다 보면, 종종 심한 무력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예술이라는 일이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과연 사람들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럴 때면, 제 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의 말씀이 제게 큰 용기를 줍니다. 저 또한 제 작업으로 하여금 많은 분들께서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과 안온함을 느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이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질문 #8 _ 끝으로 아직 오지 않은 작가님의 미래에 대해 들려주세요. (2025년의 계획, 바라는 점 등) 최근 저는 기존의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 이번 서울라이트 DDP 행사와 같이 새로운 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늘 도전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