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김선우 작가입니다.
부득이하게 여름을 건너뛰고 여름+가을을 엮어 계간도도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저의 활동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아시는 분들께서는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뜨겁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 버리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이 왔네요.
그만큼 제가 무척 바쁘고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겠죠..?
그래서인지 너무 바쁘게만 시간을 보내느라 스쳐지나가는 풍경들과 제 주변의 사람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에 휩싸이곤 했던것 같아요.
그래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고, 그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체력과 환경이 따라주는 것 또한
아주 큰 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계간도도>를 발행하는 일 또한 분주한 일상 속에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매번 발행을 준비하며 제가 거쳐온 지난 두 계절을 돌아볼 수 있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은 쉼표 혹은 인터미션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것 같아요 :)
저의 2025년의 여름과 가을을 소개합니다.

먼저 착한 일(?) 부터 소개합니다!
롯데뮤지엄 가나초콜릿 전시에서 판매한 드로잉 대금을 사랑의 열매에 전액 기부 했습니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작은 힘이나마 예술의 쓸모를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 봤습니다 :)


올해 7월 부터 시작한 <월간 드로잉> 프로젝트.
매월 한 점의 드로잉과, 한 통의 편지를 전해드리는 프로젝트에요.
제가 한 달을 보내며 느낀 단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은
곧 저 자신에게도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드로잉은 매월 4주차 월요일 오후 11시에 오픈해 래플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printbakery.com/product/list.html?cate_no=459
지난 드로잉들과 편지 내용은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기 직전, 미리 짧은 휴가를 다녀왔어요.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의 '친퀘테레'라는 지역에서 여유롭게 며칠을 머물렀습니다.
정말 어렵게 낸 시간이었던 만큼, 예쁜 추억들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
친퀘테레를 다녀오며 쓴 글을 함께 공유드립니다.😌
오로지 다른 어떤 이유도 없이 에피톤프로젝트의 <친퀘테레>노래를 듣고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이탈리아 친퀘테레 여행.
친퀘테레는 몬테로소, 코니글리아, 베르나짜, 마나롤라, 리오마조레라고 불리는
다섯 해안 마을을 일컽는 지역이다.
그 중에 우리가 삼일 간 머무른 마을 이름은 마나롤라.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절벽 사이의 작은 만을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성냥갑처럼 생긴 네모진 집들이 온통 가득 메우고 있다.
피렌체에서 출발해 라 스페치아를 거쳐 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면
두 시간 가량 걸려 수평선을 마주한 작은 기차역에 다다르게 된다.
기차에서 내리면 따가운 지중해의 햇살과 함께 짭짤한 바닷바람이 볼을 쓰담고 지나가며 반겨준다.
마을로 향하는 긴 터널을 걸어 나가면, 바로 마을 중심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해안가에 면한 어느 에어비엔비.
이제 막 분주히 점심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지나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나디르‘ 라는 명패가 보인다. 대문을 지나 뜰 안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볕을 쬐고 있던 호스트 할아버지와 커다란 갈색 개가 반겨준다.
“본 조르노, 굿 독!“하고 유쾌한 인사를 건네며 개를 쓰다듬게 해준다.
지민이 개의 커다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자 개는 기분이 무척 좋은듯 헥헥 거리며 웃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 숙소는 삼 층이다. 우리는 몸통만한 큰 캐리어를 들고서 좁은 계단을 낑낑 거리며 올라간다.
마침내 문을 열고, 테라스의 커튼을 젖히자 시야가 온통 파랗게 물든다.
일렁이는 푸른 물결이 끝없이 쏟아져 들어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준다.
지중해의 햇살에는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이 스며있는 것 같다.
오전의 햇살이 연한 레몬색 노란 빛이라면, 뜨거운 한낮의 빛은 아주 잘 익은 오렌지 빛깔같다.
그 강한 빛깔이 화살처럼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그 화살같이 따가운 빛을 피해 오후 두 시의 나른한 낮잠을 청해본다.
알람을 맞춰 놓을 생각조차 하지않고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문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불어온 바닷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감촉에 눈을 게슴츠레 뜬다.
끼룩이는 갈매기 소리,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무어라 지저귀는 소리,
해안의 절벽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호에 이어 들려오는 풍덩-촤아 하는 시원한 소리,
샴페인 잔이 서로 짤랑 하고 부딪는 소리가 조금씩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제 조금 기세가 꺾인 햇볕 아래로 나아가 골목 여기저기를 탐험해본다.
사람 둘이 어깨를 붙여야 간신히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좁은 길 양편으로
네모진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있다.
집집마다 정원이며 테라스며 부겐빌리아와 수국, 장미와 수선화, 울긋불긋한 아네모네가 흐드러져
마치 온 마을에 색색깔의 색종이 조각들을 흩뿌려놓은것만 같다.
그 너머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경계를 맞닿은 잔잔한 바다가 푸른 카펫처럼 펼쳐져 있다.
마을에 하나뿐인 작은 교회에서 뎅- 하는 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아, 내가 사랑하는 모든 풍경과 소리와 냄새가 여기 이곳에, 내 곁에 있다.
이 모든 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
분주했던 모든 일들을 잠시 잊게 할만큼의 찬란하며 고요한 윤슬같은 행복이 여기에 있다.
그렇게 충만했기에 멀고 먼 귀로의 고단함은 한없이 달콤하기만 하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에서 개최된 <기후 위기의 경 계>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초대해 주신 덕분에 콧바람 좀 쐬고 올 수 있었어요 :)
구하우스는 이번 기회에 처음 가봤는데, 컬렉션이 어마어마해서 놀랐습니다..
미술관 주변도 예쁜 곳들이 무척 많았구요.

카페꼼마 전 지점에서 <명사의 서재> 코너에 제가 추천한 도서들을 소개해드리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명사'라는 직함(?)이 많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용기나 쉼이 필요한 순간
제게 힘을 주었던 책들을 선정해보았어요. 추천 도서와 그 이유를 함께 소개해 봅니다.
카페꼼마 전 지점에서 <명사의 서재> 코너에 제가 추천한 도서들을 소개해드리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명사'라는 직함(?)이 많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용기나 쉼이 필요한 순간
제게 힘을 주었던 책들을 선정해보았어요. 추천 도서와 그 이유를 함께 소개해 봅니다.
길 위에서 만난 문장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때로는 방향을 잃고, 뜻하지 않게 멈춰 서게 되거나,
선택에 대한 후회에 휩싸이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곤 합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제가 그런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단단한 용기를 선사해준 문장들을 품고 있습니다.
잘 살아낸 삶이란, 끝내 길을 잃지 않은 삶이 아니라,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길을 찾아 나선 삶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웅진지식하우스
“우리는, 잠과 꿈을 깨우는 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신화를 읽는 일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 자신의 영웅서사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
그렇게 신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오래 전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백일몽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은 모험으로 가득했고, 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그 시절의 꿈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세계사
문득 길을 걷다 멈추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세상의 가혹함에 절망하고,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무력해지는 날이.
그런 날이면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다. 그녀가 거쳐온 그 모든 거친 세상사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세상에 대한 낙관과 달관, 운명에 대한 담담한 이해와 포용이
세상에 지치고 외로운 오늘의 마음을 가만가만 어루만져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길고 지난한 어둠을 견뎌낸 한 사람의 사유가 어떻게 그를 연단했는지,
어떻게 마침내 온전히 스스로를 지켜내며 살아남게 했는지에 대한 담담한 고백들이 담긴 서간들은
아름다운 동시에 슬프다. 그 세월을 버텨낸 자의 숭고한 인내와 단단한 결의가 느껴져서.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더 먼 것을 보게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을 갖게 합니다.”
-본문 중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오재형, 원더박스
‘애호가’로도 불리는 아마추어만이 대상과 진정으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오재형 작가는 세상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그것을 온 힘을 다해 실천하는
‘프로 아마추어’다. 처음에는 화가로 시작했고, 그 다음은 독립영화감독으로,
그리고 마침내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 위해 분투하는 피아니스트 오재형의 좌충우돌 성장기.
그의 다음 행보가 몹시 궁금해진다.
<이토록 멋진 휴식> 존 피치, 맥스 프렌젤, 현대지성
제대로 쉬는 일 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순간을 준비하는 중대한 시간이라는 것을 창작자로 살아가는 나조차도
종종 쉽게 망각하곤 한다. 할 일과 신경 쓸 일들이 끝없이 밀어닥치기에 ‘쉼’을 ‘게으름’과 혼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혼동을 잠재우고, 잠시 멈추어 서서 깊이 심호흡을 하는 법을 다시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어떻게 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아주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아트비하인드> 변종필, 아르테(arte)
세상의 많은 성취가 그러하듯, 예술 역시 충만한 성취에 이르기까지는 ‘천재의 번뜩이는 재능’ 보다는
‘꺼지지 않는 열정’이 필요한 법이다. <아트비하인드>에서는 단순히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 아니라,
현실의 벽을 넘고 자신만의 세계를 끈질기게 구축해 나간 진짜 ‘예술가’는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 그리고 예술가란 무엇인지 묻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튼, 문구> 김규림, 위고
나는 글씨를 쓰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직접 쓰기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직후, 곧바로 만년필과 일기를 쓸 노트를 주문하는 나를 발견했다.
편리와 효율이 최고의 미덕이 된 이 시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더 느리게,
공들여 만들어진 것들이 더욱 빛을 발한다. 취향을 찾는 일도 그렇다. 문구의 세계를 탐험하며 마침내 찾아낸,
내 손에 잘 맞는 만년필 한 자루, 잘 만들어진 노트 한 권이 주는 만족스러운 감각을 정말 오래간만에 맛보았다.
분주했던 하루 끝에 쓰는 일기가 주는 고요한 위안을 알게 된 건 덤이다.
<친애하는 슐츠씨> 박상현, 어크로스
우리가 오늘날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비로소 상식이 되기 위하여 거쳐온
투쟁과 고통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될 때면, 숙연한 마음이 들면서도,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의심을 던지게 된다.
침묵을 선택하는 대신, 진심을 다해 이의를 제기하고, 투쟁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위고
저자는 번역가를 ‘배신자’라고 말한다. 마치 JPEG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떠도는 동안 그 해상도가 떨어지듯 서로 다른 언어를 오갈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언어적 손실과 번역가의 주관 덕분에 원자자든 독자든 누군가를 배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시에 번역가는 탐정이다. 탐정이 단서를 모아 서사를 완성하듯, 번역가도 단어들의 단서를 모아 문장의 퍼즐을 맞춰간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이슈메일이 흰 고래를 찾아가듯, 번역가는 끊임없이 원문의 본질과 숨겨진 의미를 좇아 헤매고, 때로는 그것을 붙잡으려는 집념 속에서 스스로도 길을 잃는다.
그렇게 완성된 번역은 결국 완벽한 재현이 아닌, 번역가라는 또 다른 항해자가 건져 올린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와 같다. 이 책은 그러한 지난한 항해에 대한 단 한 권의 항해일지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 김혜남, 갤리온
사랑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상처와 치유, 욕망, 외로움까지 담담하게 풀어낸 문장들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예술과 정신분석, 철학을 넘나드는 통찰을 통해 사랑의 종착지가 ‘행복’이 아닌 ‘성장’의 과정이라고 다독여주는
경험 어린 문장들은, 우리 누구나 평생 겪지만 늘 어렵고 끝내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과 마주할 용기를 선사한다.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까치
바이칼 호숫가에 덩그러니 놓인 오두막에서 생활하며 지독히도 외로운 6개월을 보낸 실뱅 테송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그의 그 온전한 고독이, 자연과 삶에 대한 사유로 가득 찬 그 시간들이 지독하게 부러워져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 되고 만다.
만일 내게 데이비드 소로와 실뱅 테송의 오두막 둘 중 방문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실뱅의 오두막을 택하겠다. 소로가 엄격하고 깐깐한 선생님이라면, 실뱅은 오래 알고 지낸 막역한 친구와 같은 느낌이다.
그와 함께 바이칼 호수 한 가운데서 낚시를 하고, 보드카 잔을 부딪히며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기쁨과 해방감에 대하여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세계를 건너서 너에게 갈게> 이꽃님, 문학동네
정말 우연히,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한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결국 눈물까지 쏙 빼게 만든 책.
동명이인인 두 명의 ‘은유’가 주고받는 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삶과 가족이라는 늘 가깝고도 먼,
애틋하면서도 복잡한 주제와 마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따뜻한 슬픔이 오래도록 마음 깊숙이 남는다.


언제나 늘 가보고 싶었던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가 보았습니다..!
사실 음악 페스티벌에 직접 가보는 건 난생 처음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왜 페스티벌에 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름다운 음악과 꿈결 같은 낭만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최애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윤석철 트리오였어요 :)

올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아트북 제작을 반 년에 걸쳐 드디어 완료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은 제가 작가로서 걸어온 지난 11년 간의 주요 작업과 텍스트로 구성된 책입니다.
본 도서는 단순히 작품 이미지들이 수록된 도록이 아니라,
작가의 서사와 세계관을 면밀하게 담아낼 수 있는 아트북의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콘셉트에 걸맞게 본 도서는 기획부터 순서, 구성까지
저의 손을 직접 거쳐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제작되었습니다.
총 460페이지에 달하는 본 아트북은 김선우 작가의 최신작에서 초기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구성의 배열을 택했고, 각 시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신중하게 선택되었습니다.
펼치는 순서에 따라 순방향으로는 페인팅이, 역방향으로는 드로잉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 시기별 작업에 대한 작가의 텍스트를 각각 수록하여 작업 당시
저의 생각들과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엿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작가의 인생을 비추어 볼때 '초기'라고 이야기하게 될 11년을 담아낸 본 아트북은
저의 단순한 시작점이 아니라, 훗날 이어질 세계관과 주제 의식의 씨앗들이 응축된 토양과도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은 이렇게 제 창작 여정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예술가가 어떻게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심화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작품집을 넘어, 한 예술가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사유해볼 수 있는 여정의 동반자로서 독자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런 볼륨의 책은 개인적으로 제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어
아트북 작업을 시도 해볼만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제 작업과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9월 6일에는 , 아트북 출간기념회가 있었어요.
선선해지는 날씨를 기대하고 분재가 아름답게 꾸며진 고즈넉한 구옥을 일부러 대관했는데, 예상과 달리 무척 습하고 더운데다 소나기가 잦은 날씨가 되는 바람에 찾아주신 분들께 얼마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 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오재형 작가님이 사회자로 함께한 북토크에서 제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11년 째 이렇게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었냐고요.
저를 작가의 삶으로 밀어올린 최초의 원동력은 분노였습니다.
당시에는 온 세상이 마치 제가 작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혹은 말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거기에 대한 반발, 그리고 이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의심과 투쟁심이
작가의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도도새를 만나게 된 이후부터는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달라져 갔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의 동인이 분노와 같은 어둡고 끈적한 열정이었다면,
지금 제가 계속해서 붓을 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자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제가 스스로 저의 일,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며,
제 그림을 만나는 이들과 나와 우리와 세상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언제까지고 함께 나누고 싶어지게 하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앞으로도 기꺼이 함께해 주시기를 약속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번 아트북이 완성되기까지는 올해부터 저와 함께 일을 하게 된 예린 매니저의 노고가 무척 컸습니다.
작업을 하느라 바쁜 저를 대신해 디자이너님과 소통하며 실무와 진행을 꼼꼼히 챙겼고,
텍스트와 캡션의 오탈자를 매의 눈으로 찾아내어 교정하고 교열하는데에 무척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고맙습니다🌈 :)
그리고, 작가노트를 비롯한 산문 형식의 글들이 가진 오묘한 뉘앙스들를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영어로 번역해주신 최규연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
마지막으로, 저의 여러 난해한 부탁과 요청을 늘 묵묵히 받아주시고,
감각적으로 표현해주신 스튜디오 못 임문택 디자이너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무척 더웠던 토요일, 하루종일 함께 땀흘려준 후배들, 동생들,
늘 응원을 아까지 않고 격려해주는 지민작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아트북은 총 500부를 제작했습니다.
이 중 100부는 출간기념회 현장에서 판매가 되었고,
100부는 가까운 시일 내애 프린트베이커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판매를 할 예정이에요 :)
나머지 300권은 앞으로 천천히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에 송부할 계획입니다🙂

조승리 작가님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개정판
표지를 이번에도 제 작품이 담당하게 되었고,


월간에세이 7월호 표지와 더불어 삶의 여백과 틈에 대한 에세이를 실었습니다.
군복무 시절 즐겨 읽던 잡지였고, 당시의 답답한 생활 속에서 잔잔한 위로를 많이 받았던 터라 표지와 글 제안에 무척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그러했듯, 부족한 글과 그림이나마 누군가에게 작은 쉼이 되어드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이어서 KTX매거진과의 인터뷰도 진행을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마침 광주에서 개최된 <그리고, 하루> 전시와 일정이 겹치는 시기에 매거진이 발행이 되어서
광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제 모습이 실린 매거진을 읽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광주 전시를 위해 작성한 작가노트 일부를 공유해 봅니다 :)
" 나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도도새들은 더 이상 단순히 '더는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알'과 같은 존재들이다.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하늘을 날거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여행과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작에서는 그러한 이동수단으로서 주로 배가 등장하는데,
이 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현실의 규범과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야와 감각을 향해 나아가는 사유의 배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배는 우리를 익숙한 곳에서 낯선 세계로 이동시키는 대표적인 상징성을 가진 사물이며,
육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속해 있던 질서, 통념, 고정된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가능성을 품는다.
항해란 결국 고정된 세계를 떠나 미지로 나아가는 결단이며,
길 위의 존재로서 자신을 다시 발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도도새들이 타고 있는 배는 그런 의미에서 무언가를 떠나는 동시에,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여정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


올해에도 어김없이 마당에 핀 수국과 예뻤던 여름의 하늘.

올 여름에 새로 데려온 이 친구의 이름은 <히말라야의 등불>이라고 하더라구요.
수형도 예뻤지만, 이름이 무언가 매력적이어서 곧바로 입양하고 말았습니다.

롯데뮤지엄에서 전시했던 이 친구는 이제 제 작업실을 이렇게 지키고 있구요..ㅎㅎ

2025년의 개인전 일정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전시명은 <지도 밖으로Beyond the map> 였습니다.
바다 건너 대만에서의 개인전이 계획되었을때, 저는 탐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탐험이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온 세계의 경계를 넘어
지도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예술가란 그런 일을 행하고, 세상에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도도새의 죽음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었고, 예술가로서 저만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전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도도새들은 제 작품 속 다양한 장소들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비록 300년 전 인간에 의해 멸종했지만, 이제는 제 캔버스 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다시 태어나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풍경 속으로 떠나고 돌아오며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갑니다.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처럼,
제 작품 속 도도새들은 마음껏 길을 잃고, 새로운 풍경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용기를 상징합니다
. 그렇기에 도도새의 ‘Dodo’는 비록 ‘바보’라는 뜻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작품 속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 도도새들은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닌
‘가능성을 품은 알’과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만에서의 일정이 무척 타이트해서, 도착하자마자 인터뷰와 라이브페인팅을 했고...

오프닝 행사에는 정말 많은 분들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제가 대만에 연고가 없기에 혹시나 방문객이 적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기우였을 정도로요.
작년에 출간한 제 에세이, 스타벅스 컵 등을 들고 오셔서 사인을 부탁하시는 분들도 계서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이베이는 언젠가 다시 반드시 돌아와야 할 친근한 장소로 느껴집니다.
따뜻한 환대와 추억 고맙습니다.


전시 기간에 맞춰 <G-day> 카페의 외관과 컵을 제 작품으로 꾸몄는데요,
잠시 들러 함께 사진도 찍고 드로잉도 선물해드리니 너무 좋아해주셨습니다 :)

해외에서의 제대로 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무척 긴장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았던 전시였지만 과분한 환대와 함께 애정을 보여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대만에서의 모든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에 방문 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전시 진행에 세심하게 신경써주신
소카갤러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김숙님 유튜브에 도도새 인형이 똭!
친구들이 제보해준 덕분에 알았어요😹


2025 FRIEZE SEOUL 세라믹 에디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제 작품 <Festival>이 입혀진 세라믹 플레이트로, 총 175개 한정판 에디션으로 제작되었어요.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동안 부스에서 판매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프린트베이커리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데,
재고가 소량 남아있는 것 같아요.
혹시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공유합니다.
https://www.printbakery.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13976&cate_no=1&display_group=22

집 근처에 열린송현이라는 녹지가 있어서 종종 산책하는데, 벌써 가을꽃이 많이 피었더라구요.
짧아서 아쉽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빛나는 계절 같습니다.

올해는 9월에 하프마라톤, 12월에 풀마라톤을 예정하고 있기에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지속했고,




얼마 전에 열린 <2025 서울 어스마라톤> 하프 부문에서
2시간 이내에 21킬로미터를 주파할 수 있었습니다.
러닝을 오랫동안 하다보니,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요.
10킬로미터를 목표로 뛸 때에는 7킬로미터쯤 왔을때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21킬로미터를 목표로 뛰어보니 15킬로미터 구간까지도 전혀 힘이 들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오히려 풀코스 마라톤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붙게 되었습니다.
12월이 기다려집니다 :)
p.s. 종종 크루 활동을 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만,
저는 러닝이야말로 혼자 즐길 때 가장 충만한 스포츠라는 생각을 합니다ㅎ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고 보람이 있겠지만,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며 달리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러닝은 조용히 혼자서 뛰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작업실에는 볕이 잘들어서 거의 식물원이 되어가고 있구요..

대만 개인전에 이어, 일본에서의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렇게 연달아 진행하는 스케줄을 의도한 게 아닌데, 어쩌다보니
한 번에 서로 다른 나라에서 각각 개인전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해외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무명작가였던 시기에는 스스로의 실력보다는 환경에 대한 불만이 조금 더 컸던것 같아요.
어쩐지 해외에 나가면 내 작품을 알아봐줄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고,
무언가 예술가로서의 인생이 조금 더 잘 풀릴 것 같다는 그런 대책없는 막연한 희망 같은 걸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몇 번의 해외 레지던시 생활과, 직접 부딪히며 겪게 된 뼈아픈 경험들은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것 같습니다.
그 과정들은 막연한 환상이나 덧없는 희망을 산산조각내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저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해주었고,
그렇게 스스로를 연단하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래전 열망을 실현한 지금, 다시 한 번 제 작업이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를 향하여 가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타이베이와 도쿄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는 바쁜 작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연고가 없는 낯선 두 도시에서 제 작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좀처럼 현실처럼 다가오지 않아,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먼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예술이라는 이름의 만국공용어로 생각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타이베이에서도 그랬듯, 도쿄의 전시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긴장하고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현지에서 좋은 반응과 평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인 츠타야라는 공간이 가진 분위기와 에너지가 저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
도도새의 다양한 여정을 담아낸 이번 전시의 컨셉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있는 수많은 책들이 가득한 서점에서의 전시가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츠타야에서 제 작업을 만나시는 분들께서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며
작업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선뜻 초대해주시고, 성공적으로 오픈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츠타야 관계자분들, 그리고 전시가 성사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주신 OKNP, FOG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한국에서 와주신 감사한 분들, 후배들, 동생들과 함께 :)
작가노트 - Omnibus of Dodos
도도새.
한때 하늘을 날던 이 새는 인도양 한가운데, 모리셔스 섬이라는 작은 낙원에 살고 있었습니다. 천적도, 위험도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도도새는 서서히 날개의 쓸모를 잊어갔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도 컸습니다. 어느 날, 이 평화로운 섬에 도착한 인간들에 의해 도도새는 멸종이라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나는 오랫동안 이 새의 이야기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역시,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중요한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있지 않을까?”
세상은 언제나 현실에 대하여 말합니다. 이성적이어야 하고, 효율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가능한 것만’ 꿈꿔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가두는 순간, 우리는 이미 날기를 멈춘 도도새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말했습니다. 인간이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길 위를 떠도는 존재’이며, 길 위에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해 돌아올 수 있다고. 길을 잃고 헤매는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여정 위에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아직 땅 위에 머물며 숨을 고르고,어떤 이는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나아가려 애쓰고, 또 어떤 이는 과감하게 거친 바다 위로 배를 띄워 미지의 저편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런 도도새들의 옴니버스입니다. 300년 전 멸종했지만, 캔버스 속에서 다시 깨어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도도새들의 이야기.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시작과 멈춤, 망설임과 비상의 순간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입니다. 그렇기에 제 작품 속 도도새들은 ‘더 이상 날 수 없는 새’가 아닌, ‘가능성을 품은 알’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비록 서툰 날갯짓일지라도, 다시 비상을 꿈꾸는 그 순간 이미 꿈을 향한 여정의 첫번째 발자국을 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내면 속에서도 다시 자유롭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한 마리 도도새가 참을성 있게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감사하게도 아야코 록카쿠 작가님이 작업실에 초대도 해 주시고,
오프닝에도 와 주셨어요. 작가 선배님(?)께 작가 생활에 대한 이모저모를 여쭤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 개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서보문화재단에서 제안을 주셔서,
10월 23일 부터 12월 14일 까지는 서보미술공간 제주에서,
그리고 12월 18일 부터 12월 28일 까지는 연희동 서보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모든 개인전을 늘 신경써서 준비하기는 하지만,
박서보 선생님의 유지가 깃든 장소에서의 이번 개인전은 제게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기에
전시 준비에 있어 많은 고민과 노력을 쏟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감을 받은 두 가지는 음악과 장소에요.
제가 비교적 최근부터 가지게 된 취미인 LP 수집과, 세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위해
잠시 떠나곤 하는 제주라는 장소가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쓴 글을 아래 공유합니다 :)
《 사이의 안부 ; A Note Left in the In-Between 》
바이닐 레코드(LP)를 모으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은 이런 수고를 들이는 일이 사치처럼 여겨질 만큼 음악을 듣는 일이 무척 쉬워졌습니다.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나보다 먼저 예측하고, 손끝 몇 번이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저는 종종 그 편리함에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쉽게 얻는 것들은 대개 쉽게 사라져 버리고 마니까요.
요즈음은 취향조차 유행을 따라 빠르게 변하고, 감상이라는 감각적인 행위조차 알고리즘이라는 효율의 영역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감정마저 데이터화 되고, 시간은 ‘추천 항목’으로 환원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레코드를 모으는 일은 거기에 대한 저의 작은 저항입니다. 음악을 ‘듣는’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시간을 통해 세상과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되찾기 위해서요. 좋아했던 뮤지션의 음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앨범을 직접 고르고, 공들여 주문한 뒤, 마침내 턴테이블에 얹는 그 순간은 오래도록 숙고한 고백을 건네는 그것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의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어울리는 레코드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리는 순간이 늘 기다려집니다. 이 느린 감상의 시간은 저와 이 세계 사이의 숨 쉴 틈을 조율하는 방식이자 하루를 마치는 나만의 의식입니다.
갑자기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알게 된 것이 ’수관기피‘라는 단어입니다. 당연히 음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무슨 사연인가 하면, 평소에 관심있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무네키 타카사카(高坂宗輝)의 ’파니욜로Paniyolo‘ 연주곡이 수록된 음반을 찾다가 발견한 온라인 레코드샵의 이름이 《수관기피》였던 것입니다. 처음 듣는 단어였기에 찾아봤는데, 그 뜻이 썩 인상 깊었습니다. ‘수관기피’란 나무들이 자랄 때 서로의 수관을 침범하지 않고 자라는 현상이라고 해요. 수관樹冠은 나무의 윗부분을 뜻합니다. 이 현상 덕분에 나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자랄 수 있고, 수관들의 틈새로 내려오는 햇볕 덕분에 그 아래의 식물들 또한 함께 공생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무네키의 음반 소개 글에는 "소리와 소리 사이를 소중히 하면서 연주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수관기피의 뜻을 알고 다시 보니 이 음반을 판매하는 레코드샵 《수관기피》와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연주를 듣던 어느 날 밤, 문득 올해 10월 제주에서 열릴 개인전을 떠올렸습니다. 서울에서는 여러 번 전시를 열었지만, 제주에서의 단독 전시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어떤 주제의 작업을 준비해야 하나 무척 고심하던 차였습니다.
저는 십일 년째 멸종된 새 ‘도도새’를 그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매번의 전시회를 할 때마다 도도새가 등장하기에, ‘뭐가 됐던 어쨌든 도도새를 그리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질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시가 열리게 될 장소와, 전시를 준비하며 천착했던 생각과 고민들을 고려해 그 내용이나 주제가 조금씩 변화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예술가는 스스로에게 익숙한 방식 속에서 새로운 변주를 찾고,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는 것입니다.
저는 제주의 숲을 좋아합니다. 제게 육지의 숲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아련하고 애틋한 감정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래전 어린 시절 기억 속 애착했던 장소에 도달한 것만 같은 착각을 들게 합니다. 어쩌면 바다를 건너 육지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느끼는 이채異彩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섬이라는 특수한 장소가 품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고독으로부터의 따뜻한 슬픔의 전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 년에 적어도 한번은 제주로 내려가 숲과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삼에서 사일 정도를 머물곤 합니다. 분주한 일상으로 탈진한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요. 본래의 일상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에서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의 기간 동안 머물며 그간 좀처럼 돌보지 못했던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마치 제가 매일 밤마다 레코드를 들으며 세상과의 짧은 ‘거리두기’를 하듯, 요컨대 제주는 제게 있어 ‘수관기피’의 장소인 것입니다.
제주라는 나만의 ‘거리두기’의 공간, 그리고 레코드샵 《수관기피》에서 보내온 무네키의 음악은 제주에서 예정된 전시에 대한 단서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제가 십일 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그려온 도도새는 이미 멸종한 지 300년이나 된 새입니다. 날 수 있었지만, 안락한 환경 속에서 날기를 포기했고, 그로 인해 멸종의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도도새가 그랬듯 우리 또한 편리와 안락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편리함과 효율성의 대명사인 알고리즘은 어느새 인가부터 우리 삶의 이정표처럼 작동하게 되었고, 그러한 세태 속에서 이제 우리는 스스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데에 오히려 점점 더 두려움과 주저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도새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날기를 멈췄듯, 우리 또한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자신만의 기준과 자유를 포기하는 동안 우리 삶 속 ‘수관들’ 사이의 여백이 점점 좁아져만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관기피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도도새가 외부 환경에 과도하게 순응한 결과 멸종에 이르렀다면, 수관기피는 자기 주체성을 지키며 세상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기준’과 ‘정답’을 강요할 때, 우리는 오히려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인식하고, 삶에 적절한 여백을 허락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에서 열릴 이번 전시가 수관기피의 틈 사이로 스며드는 연한 빛무리와 같은 기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나무들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만들어낸 그 무해한 빛처럼, 소리와 소리 사이를 소중히 하며 음반을 만들었다는 무네키의 말처럼, 세상과 당신의 사이, 당신과 세상의 사이가 조금 더 소중하며 안온한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작년에 출간한 제 에세이의 추천사를 써주신 이병률 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또 글을 써 주셨어요.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도 아래에 공유해 드립니다 :)
그가 많은 사람들을 편안히 미소 짓게 하였다
이병률 (시인. 여행작가)
다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새로 태어난다면 김선우 작가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김선우 작가의 그림은 그 자체로 착한 세상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쩌면 천국일 것이고, 또 어쩌면 인류가 발생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자연 뿐인 세상 속이니까요.
착한 사람 김선우 작가를 알았습니다. 그의 그림은 마치 여행 같습니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여행인 듯싶기도 하면서,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데도 사람을 기다리거나 찾아가는 여행만 같습니다.
어쩌면 그의 그림은 이토록 착할까요. 그가 꿈이라는 거대한 거울을 실타래처럼 풀어내고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착한 사람들은 꿈속에서 결코 자기가 ‘악역’을 맡지 않는다고 합니다. 깨어나서는 아주아주 힘들 만큼 악몽을 꾸고 일어나서 보면 쫓기는 입장이거나 남한테 고통을 받는 힘겨운 입장일 뿐 절대 가해자가 되지는 않는답니다.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속에서 착하고 선하지, 악역을 맡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선우 작가의 그림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김선우 작가는 이 지구의 창문에다 우리가 잊고 사는 꿈을 그리면서 착한 사람의 역할을 맡고 있어서입니다.
말하나마나 착함은 평화의 다른 이름일 것이고 그 평화로움은 우리를 판타지로 견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난 믿음이라는 게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마음의 치료를 위해 공간을 바꿉니다. 조금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매일 다니는 길을 바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을 땐 창을 열고 밖을 오래 바라봅니다. 비가 왔음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눈이 왔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만났던 사람 곁을 불쑥 떠나기도 하고 또 누군가를 간절히 새로 만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김선우 작가의 그림 앞에서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어느 날,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벽에다 그림 하나를 걸고 싶다고 말합니다. 오래 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멋있는 그림 한 점을 집에다 거는 거였다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친구는 앞을 못 보는 친구가 그림을 구하러 외출할 때 동반해줬습니다.
갤러리에서 친구는 그림들을 설명합니다. 앞을 못 보는 친구는 친구의 말을 유심히 듣습니다.
결국은 평화로운 그림 한 점을 고르게 됩니다.
그러고는 시각장애인 친구 집에 간 다음 그림 걸 자리에 못을 박고 그림을 걸면서 친구는 궁금했지만 참고 있었던 걸 물어봅니다.
“근데, 솔직히… 이 그림은 왜 거는 건데?”
그러자 앞을 못 보는 친구는 말하죠.
“그래도 그게 벽에 걸려 있으면 그쪽 벽을 바라보는 일은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림을 볼 순 없지만, 그곳에 그게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나아질 겁니다.
어쩌면 그 그림을 보기 위해 차를 끓여서, 그림 앞에 앉은 다음 이내 행복하단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 끝에다 김선우 작가의 그림을 붙여보면 어떨지요. 앞으로 못 보는 사람이 집에 걸고 싶은 그림 한 점이 김선우 작가의 그림이라면 어떨지 말입니다. 푸르고 투명합니다. 넓은 잎새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정적이지만 충분히 수런거립니다. 도도새들이 저희들끼리 진심을 다해 과거를 응시하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황금빛 열매들이 달빛을 받아 새초롬히 빛나는 숲의 시간은 마침 섬을 따라 맴도는 밤바다의 노래만 같습니다.
거기에, 그 자리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없다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그게 정말 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만큼의 믿음이라면 우리 삶에 굉장한 차이와 변화를 가져다 줄 거거든요. 그건 김선우 작가의 그림 앞에서 우리가 꾸던 꿈을 마저 완성하는 희망으로 이어질 겁니다.
모두가 다 가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모두가 다 빗물에 씻겨도, 씻기지 않는 마지막까지 유일한 것,
모두가 나에게 아니라고 말할 때 조용히 내 어깨에 올려주던 따뜻한 손,
그리고 세상 끝나는 날이 와도 분명히 그리워하게 될 그 존재들의 메시지,
우리들 빈 액자 속엔 그런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한 명 있답니다.
모든 인간의 공통된 꿈은 지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도록 높이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또 지금의 속도라면 앞으로 몇 천 년이라는 시간도 무심히 흐를 것이겠지요. 그 몇 천 년이 지난 어느 시점, 어느 기록에는 이렇게 적히기를 희망합니다.
이 우주에는 ‘지구’라는 별이 있었고, 그 지구에는 마음씨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그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가닿고 싶어 했고, 달려가서 흠뻑 안기고자 했던 풍성한 숲을, 그림으로 그려서, 많은 사람들을 편안히 미소 짓게 하였다, 라는 기록 말입니다.



LP에서 큰 영감을 받은 전시인 만큼,
한정판 굿즈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김선우 개인전 《사이의 안부: A Note Left in the In-Between》
2025. 10. 23 - 12. 14
서보미술문화공간 제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23-4)
10:00 - 18:00 (입장 마감 17:00, 월요일 휴관)
무료 입장
❖ 오프닝 리셉션 및 아티스트 토크 : 2025년 10월 25일 (토), 일정 추후 공지
독자참여코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베스트 사연 - 석**님
Q. 안녕하세요, 김선우 작가님.
저는 작가로써 작업을 하고 있고 좋아해 왔지만, 동시에 제 작업에 대한 깊은 의심과 불안 속에서 흔들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늘 창작을 이어가고 싶으면서도, 완성 직전마다 제 작업을 의심하며 멈추곤 합니다. ‘이것이 과연 예술일까, 단순한 흔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커질 때면 제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예술이란 타인의 시선을 견뎌내는 용기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 시선 때문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점점 ‘진짜 창작은 무엇인지,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되는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런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그리고 예술을 계속해도 좋다는 확신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언제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을 얻으셨나요?
A.
얼마 전, 도쿄에서의 전시를 위해 일본에 방문 했을 때, 아야코 록카쿠 작가님의 작업실에 방문할 기회가 생겨 작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께 여쭤보니, 저보다 딱 두 배 정도 작가생활을 하셨더라구요.
그래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 생활을 해 오셨는데, 지금도 불안하시냐,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라고 질문을 드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일차원적이고 유치한 질문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역시나, 록카쿠 작가님 또한 제가 예상했던 답을 해 주시더라구요. 그녀 역시 때때로 불안하지만, 아무튼 그림을 그리는 일은 늘 설렌다고요.
저 또한 즐겁다가도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져 한없이 슬퍼지고, 환희에 차서 거침없이 작업을 하다가도 스스로의 기대에 비하여 충분하지 못한 자신의 재능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그러한 불확실성과 불안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작업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확신하게 되기보다는, 계속해서 의문과 궁금증을 찾게 됩니다. 그럼에도 세상의 시선 앞에서는 늘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지금도 개인전을 열기 직전에는 당장 전시를 취소시켜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합니다. 요시토모 나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것 같습니다. 오프닝이 시작되면, 작가의 마음 속에서는 전시의 막이 내린다고요. 저는 이 이야기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창작이라는 작가의 소임을 후회없이, 충분히 다하고 나서, 세상의 시선을 뒤로하고 다시 담담히 작업실로 향하는 어느 예술가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아서요. 아마도 저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업에 대한 작은 확신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아 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창작'이란 ‘잘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을 이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비로소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을 얻었던 것 같아요. :)
그럼에도 지금도 여전히 저또한 늘 번민하며 확신하기를 어려워합니다. 록카쿠 작가님에게 불안에 대해 질문을 했던 것은 어쩌면 '나만 불안한 게 아니길' 바랐던 조금 유치한 마음의 발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요즘 심한 불안을 느낄때면 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를 사랑해 마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해요. 그럴때면 나는 여전히 꿈 위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를 받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그런 단순명료함이 가장 큰 힘이 되곤 하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Q. 작가님, 산티아고 순례길 가는게 버킷리스트인데 작가님만의 꿀팁 있을까요!!? (이**님)
A.
저는 순례길을 두 번 다녀왔습니다. 스물 다섯 살 때 한 번, 그리고 서른 다섯 살 때 한 번인데요, 풀코스인 800킬로미터를 걸으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에 짬이 나지 않아 400km씩 두 번 나누어 걸었어요.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풀코스를 한 번에 걷는 게 제 버킷리스트 입니다..ㅎㅎ
음.. 저만의 꿀팁이라면.. 물리적인 부분에서는 등산스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예상하시는 것보다 산길이 무척 많습니다. 가파른 경사면도 많고요. 그리고, 등산스틱의 뾰족한 부분을 감싸주는 고무캡을 꼭 지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을을 많이 지나치기 때문에 등산 스틱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를 싫어하는 주민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
등산화 또한 너무 새것을 신지 마시고, 여러번 길을 들인 상태에서 걸어야 발에 물집이 잘 잡히지 않더라구요.
이런 물리적인 부분들 이외에 제가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부분은, 첫째, 가능하면 혼자 떠날것, 둘째, 하루를 마치고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일기 쓰기, 셋째, 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짧은 이야기와 인사 나누기 입니다🙂
두 번의 순례길을 다녀오면서 제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것들은 오롯이 내 발로 그 먼 거리를 걸으면서 오롯이 가질 수 있는 사유의 시간들, 그리고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떠나온 순례자들과의 짧은 교류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삶에 대하여 알아가는 일, 일기라는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과 대화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일이더라구요.
갑자기 다시 순례길로 떠나고 싶어지네요.,.ㅎㅎ
저는 마흔 살이 되면 기념으로 풀코스를 또다시 걸어보려고 합니다 :)
응원합니다! Buen Camino!
Q.
바쁜 한 해를 보내고 계신 작가님!
올해는 한국은 물론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전시를 하셨고, 또 진행 중이신데 새로운 곳에서 전시를 하실 때마다 어떤 느낌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한지에 도도새 작업을 해보신 적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님)
A.
올해는 어쩌다보니 해외에서 두 번이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설렘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의 비율이 더 크긴 했던것 같아요.
낯선 곳의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해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때문에요..ㅎㅎ
그래서인지 올해 하반기에는 역류성 식도염에 줄곧 시달리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커피도, 매운 음식도 못 먹고 있어서 너무 슬퍼요.
그럼에도 해외에서의 전시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이제 조금은 다시 용기가 나네요 :)
앞으로 있을 제주의 전시는 어쩐지 마음이 무척 편안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제주라는 장소가 주는 안도감 때문인것 같아요. 제주에서 만큼은 마음 편히 전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
그리고 한지에는 아직 작업을 해보지 못했네요. 아무래도 제가 쓰는 재료와 잘 상성이 맞지 않아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겠습니다 :)
Q.
작가님 런닝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 도도마라톤은 언제 한번 개최해주실건가요?
함께 달려보고 싶습니다 ㅎ
(윤**님)
A.
러닝을 취미로 가진지 꽤 오래 되었는데, 정말 요 몇 년 사이에 러닝을 취미로 가지시게 된
건강한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언젠가 적절한 시기와 지원(?)을 받는다면 꼭 대회를 개최해보고 싶어요.
그날이 올때까지 더 좋은 작업, 좋은 활동을 이어가야겠죠..ㅎㅎ 늘 응원 감사드립니다!
Q.
작가님 런닝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 도도마라톤은 언제 한번 개최해주실건가요?
함께 달려보고 싶습니다 ㅎ
(윤**님)
A.
러닝을 취미로 가진지 꽤 오래 되었는데, 정말 요 몇 년 사이에 러닝을 취미로 가지시게 된
건강한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언젠가 적절한 시기와 지원(?)을 받는다면 꼭 대회를 개최해보고 싶어요.
그날이 올때까지 더 좋은 작업, 좋은 활동을 이어가야겠죠..ㅎㅎ 늘 응원 감사드립니다!
Q.
김선우 작가님께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라니, 팬으로 이 시간을 너무나 기다렸습니다. 두가지가 궁금합니다. 첫번째는 도도새하면 이제 자연스럽게 김선우 작가! 하고 떠오를정도로 작가님의 상징이 되었는데, 도도새 이후에 또 다른 멸종 동물이나, 사라져가는 상징성 있는 것을 하나 정해 추가로 그리거나 도도새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두번째는 김선우 작가님은 항상 새로운 작업이나 영감을 얻기전 여행을 가는 루틴이 자리잡혀 있으신데 최근 1~2년 사이 스스로의 규칙이나 루틴을 뒤집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결정이 작업이나 삶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문**님)
A.
올해 하반기에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단체전에 참여 예정인데요, 덕분에 도도새를 비롯해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동물들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전시 일정이 확정되면 인스타를 통해 소식 전해드릴게요 :)
저는 루틴을 쉽게 바꾸는 편은 아닌데, 최근에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되면서 식습관의 루틴이 완벽하게 변하고 말았습니다..ㅠㅠ 거의 두 달 동안 앓았고, 지금도 회복중에 있는데, 그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많은 음식들을 먹지 못하게 되었어요. 의도치 않게 많은 루틴이 바뀐거죠. 예를들어 아침에 커피 한 잔을 하며 그 날의 할 일들을 생각해 보는 일,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일 등을 하지 못하게 됐고, 안그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 편인데, 음식이 제한이 많이 되다보니 약속 자체도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ㅎㅎ 물론 저는 평소에도 술을 하지 않으니 음주에 대한 문제에는 전혀 영향이 없지만요. 이런 변화가 단기적일지, 장기적일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회복된 뒤에도 앞으로도 많이 조심하게 될 것 같아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ㅠㅠ
Q.
작가님에게 도도새의 처음과 끝이 궁금해요
(물론 북토크 연남장, 흐름출판토크 서대문, 엊그제 서간까지 작가님 만남으로 귀한 시간들 속에 녹여져 있으셨지만요) 도도새가 곧 작가님이기도 해서 끝이라 감히?! 알순 없지만~ 먼 훗날 의 도도의 바람 이나 상상하시는 도도새의 ‘알파에서 오메가‘가 궁금하네요💕
(호*님)
A.
도도새는 저를 늘 떠나게 하고, 꿈꾸는 존재라는 생각을 합니다 :)
도도새 덕분에 그들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모리셔스 섬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고, 그곳에서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도도새는 제가 작가로서의 삶이라는 여행을 지속하는 데에 있어 가장 친근하고 중요한 여행 동료이자 스승이 될 것 같습니다 :)
Q.
작가님 안녕하세요😆 가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궁금합니다. 저는 ’찬바람이 불면‘ 이라는 곡이 떠올라요. 지금은 곁에 없지만 병원 로비에서 가요무대를 통해 접하게 된 곡을 엄마와 들으며 서로 시시콜콜하게 대화를 나눴던 좋은 기억이 새록새록해요. 그래서인지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가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 혹은 기억 궁금해요🍁🍂
(전**님)
A.
저는 가을이 온다는 기분이 들 때면, 오은 시인이 가사를 쓰고 윤덕원(브로콜리 너마저)이 부른 <여름이 다 갔네>
라는 곡이 떠오릅니다 :) 짧아서 아쉽고, 그렇기에 귀한 계절이잖아요. 가사와 노래를 공유드립니다 🙂
여름이 다 갔네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여름은 낮에 겨울은 밤에 찾아온다고
너는 말했다
날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반팔은 긴 팔이 되었다
그때가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름은 아니었어 겨울도 아니었고)
맞는말이다
우리는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한숨을 주고 받다
느닷없이 환절기 처럼 헤어졌으니까
아침에 눈 떠 보니 다른 계절이 와 있었으니까
여름이 다 갔네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삶은 한번에 시작되거나
끝나지 않는 것 같아
한번 해볼까 마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가 지금 여름과 겨울의 사이에 있는 것 처럼
여름 낮이 긴 것 처럼
겨울 밤은 더 긴 것 처럼
들리지 않는 물음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대답처럼
나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반팔을 입고 갔다가 긴 팔을 입고 온 사람처럼
긴팔을 걷으며 네가 말했다
여름에 근접한 네가 말했다
긴팔을 아무리 걷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
여름이 다 갔네
여름은 낮에 겨울은 밤에
찾아온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단잠과 꿀잠은 간절하게
바랄 때에야 겨우 찾아온다
날씨가 좋아도
기분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건조한 날씨에 축축한 기분으로 걷기도 한다
긴팔을 걷어도 반팔이 될 수는 없지만
반팔에 가까워질 수는 있다 낮이
짧아지면 밤이 길어지듯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올 것이다
그 사이에 환절기가 있어서
웅크리고 잠을 잤다
저녁이 되면 다음계절을 끌고
네가 올 것이다
Q.
10년전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
(제가 지금 성장의 과도기인 것 같아요. 마주치는 어른마다 물어보고 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은 어떠한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싶은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끼치는 여파가 가장 클 것 같아요!!ㅎㅎ)
(최**님)
A. 10년 전의 저를 생각해보면.. 작가라는 길 자체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무척 컸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데에도 현실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성공보다는 실수와 실패가 많았고, '내 꿈을 이루기에는 나의 재능이 부족한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굉장히 많이 했던것 같아요.
만일 10년 전의 방황하던 저에게 지금의 제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지금 잘 견뎌내고 있어!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견디고 느껴!"라고 이야기 해 줄것 같습니다..ㅎㅎ
시련과 번민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오기 마련이고, 인간은 오직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고 배울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저는 지금도 여전히 배워나가고 있으니까요.
응원드립니다 :)
Q.
아트북의 두께만큼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지금까지 해오셨는데 작가님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 인가요?
( 가장 좋아하는, 흡족하는 작품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 안에 있을 때 표현 했던 작품일 수도 있고, 작은 아쉬움이 남은 작품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의 추억이 있는 작품일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한 의미로 마음이 많이 가는 작품은 어떤것일지, 괜찮다면 이유도 궁금합니다 :)
(오**님)
A. 모든 작품들이 제게 소중하기는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작품은 아마 2015년 모리셔스에서 한 달을 보내며 그린 드로잉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제가 도도새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탐구하고, 작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영감을 주었던 소중한 시간속에서 탄생한 작업들이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작업이 막힐때면 간간히 다시 꺼내보며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려보곤 합니다 🙂

Q.
작가님! 작가님의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으실까요?! 행복의 잣대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요즘 저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이 많은 시기라.. 한번 여쭤 보아요
(조**님)
A.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남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이자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막상 그렇게 되고 나서 보면
마냥 행복하지도 않을 수 있고, 일은 일이기에 책임감 때문에 늘 즐거울수만은 없지만,
결국 그 모든 실패와 성공과 경험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모든 단점들을 커버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인생의 의미가 꼭 일에서 오지는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가족을 돌보거나, 아이를 키우는 데에서 가장 큰 행복과 삶의 목적을 찾는 분들도 계시고,
남을 돕는 데에서 그러한 의미를 찾는 분들도 계시는 것처럼,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행복의 잣대와 그것을
찾아나서는 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결국 행복의 잣대, 삶의 의미를 찾는 데에서 그 중심에는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맨 앞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러한 의미를 조금 빠르게 찾은 사람일 뿐입니다.
저는 인생에 있어 정답은 없고 누구나 각자의 속도로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계시다는 건, 어쩌면 이미 그 답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의 의미나 행복의 기준은 누가 대신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그 답은 ‘내가 어디에서 가장 진심이 되는가’,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를 솔직하게 마주하고, 거기에서 조금씩 쌓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방향이 자주 바뀌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결국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만의 기준과 삶의 무늬를 만들어주는 나이테가 될 테니까요.
응원합니다 🙂
2025년 겨울호로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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