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김선우 작가입니다.
부득이하게 여름을 건너뛰고 여름+가을을 엮어 계간도도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저의 활동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아시는 분들께서는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뜨겁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 버리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이 왔네요.
그만큼 제가 무척 바쁘고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겠죠..?
그래서인지 너무 바쁘게만 시간을 보내느라 스쳐지나가는 풍경들과 제 주변의 사람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에 휩싸이곤 했던것 같아요.
그래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고, 그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체력과 환경이 따라주는 것 또한
아주 큰 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계간도도>를 발행하는 일 또한 분주한 일상 속에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매번 발행을 준비하며 제가 거쳐온 지난 두 계절을 돌아볼 수 있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은 쉼표 혹은 인터미션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것 같아요 :)
저의 2025년의 여름과 가을을 소개합니다.

먼저 착한 일(?) 부터 소개합니다!
롯데뮤지엄 가나초콜릿 전시에서 판매한 드로잉 대금을 사랑의 열매에 전액 기부 했습니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작은 힘이나마 예술의 쓸모를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 봤습니다 :)


올해 7월 부터 시작한 <월간 드로잉> 프로젝트.
매월 한 점의 드로잉과, 한 통의 편지를 전해드리는 프로젝트에요.
제가 한 달을 보내며 느낀 단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은
곧 저 자신에게도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드로잉은 매월 4주차 월요일 오후 11시에 오픈해 래플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printbakery.com/product/list.html?cate_no=459
지난 드로잉들과 편지 내용은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기 직전, 미리 짧은 휴가를 다녀왔어요.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의 '친퀘테레'라는 지역에서 여유롭게 며칠을 머물렀습니다.
정말 어렵게 낸 시간이었던 만큼, 예쁜 추억들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
친퀘테레를 다녀오며 쓴 글을 함께 공유드립니다.😌
오로지 다른 어떤 이유도 없이 에피톤프로젝트의 <친퀘테레>노래를 듣고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이탈리아 친퀘테레 여행.
친퀘테레는 몬테로소, 코니글리아, 베르나짜, 마나롤라, 리오마조레라고 불리는
다섯 해안 마을을 일컽는 지역이다.
그 중에 우리가 삼일 간 머무른 마을 이름은 마나롤라.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절벽 사이의 작은 만을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성냥갑처럼 생긴 네모진 집들이 온통 가득 메우고 있다.
피렌체에서 출발해 라 스페치아를 거쳐 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면
두 시간 가량 걸려 수평선을 마주한 작은 기차역에 다다르게 된다.
기차에서 내리면 따가운 지중해의 햇살과 함께 짭짤한 바닷바람이 볼을 쓰담고 지나가며 반겨준다.
마을로 향하는 긴 터널을 걸어 나가면, 바로 마을 중심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해안가에 면한 어느 에어비엔비.
이제 막 분주히 점심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지나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나디르‘ 라는 명패가 보인다. 대문을 지나 뜰 안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볕을 쬐고 있던 호스트 할아버지와 커다란 갈색 개가 반겨준다.
“본 조르노, 굿 독!“하고 유쾌한 인사를 건네며 개를 쓰다듬게 해준다.
지민이 개의 커다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자 개는 기분이 무척 좋은듯 헥헥 거리며 웃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 숙소는 삼 층이다. 우리는 몸통만한 큰 캐리어를 들고서 좁은 계단을 낑낑 거리며 올라간다.
마침내 문을 열고, 테라스의 커튼을 젖히자 시야가 온통 파랗게 물든다.
일렁이는 푸른 물결이 끝없이 쏟아져 들어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준다.
지중해의 햇살에는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이 스며있는 것 같다.
오전의 햇살이 연한 레몬색 노란 빛이라면, 뜨거운 한낮의 빛은 아주 잘 익은 오렌지 빛깔같다.
그 강한 빛깔이 화살처럼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그 화살같이 따가운 빛을 피해 오후 두 시의 나른한 낮잠을 청해본다.
알람을 맞춰 놓을 생각조차 하지않고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문득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불어온 바닷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감촉에 눈을 게슴츠레 뜬다.
끼룩이는 갈매기 소리,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무어라 지저귀는 소리,
해안의 절벽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호에 이어 들려오는 풍덩-촤아 하는 시원한 소리,
샴페인 잔이 서로 짤랑 하고 부딪는 소리가 조금씩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제 조금 기세가 꺾인 햇볕 아래로 나아가 골목 여기저기를 탐험해본다.
사람 둘이 어깨를 붙여야 간신히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좁은 길 양편으로
네모진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있다.
집집마다 정원이며 테라스며 부겐빌리아와 수국, 장미와 수선화, 울긋불긋한 아네모네가 흐드러져
마치 온 마을에 색색깔의 색종이 조각들을 흩뿌려놓은것만 같다.
그 너머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경계를 맞닿은 잔잔한 바다가 푸른 카펫처럼 펼쳐져 있다.
마을에 하나뿐인 작은 교회에서 뎅- 하는 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아, 내가 사랑하는 모든 풍경과 소리와 냄새가 여기 이곳에, 내 곁에 있다.
이 모든 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
분주했던 모든 일들을 잠시 잊게 할만큼의 찬란하며 고요한 윤슬같은 행복이 여기에 있다.
그렇게 충만했기에 멀고 먼 귀로의 고단함은 한없이 달콤하기만 하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에서 개최된 <기후 위기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