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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WITH DODO

4월 29일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릅니다. 순례길 후반부 '폰세바돈'마을 인근에는 거대한 철십자가가 서 있는데,  순례자들은 집에서 가져간 어떤 물건을 이곳에 놓고 가는 행위를 통해 소원과 근심, 걱정 등에 대한 염원을 바랍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해주신 분들이 가진 고민 또는 소원에 대한 단 한가지 '단어'를 리본에 적어서 가지고 400킬로미터를 걷고, 철십자가에 남겨두고 오겠습니다. 


이 미션을 제가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해당 정보를 NFT로 발행해 참여하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하여 에어드랍 및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카카오 클립은 수령 불가능) 

*본 프로젝트 참가를 위해서는, 디스코드 가입 및 입장 ( https://discord.gg/bQZgNuSxN8 )가 필수입니다. 향후 진행되는 에어드롭 및 이벤트 참여는 모두 디스코드에서 공지 및 진행됩니다.

*프로젝트 참여시 제 디스코드에서 'Pilgrim'(순례자) 자격을 부여해 드립니다.

*순례자 자격이 부여된 분은 제 디스코드 채널에서 'pilgrims-only'채널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 채널에서 관련 공지를 전해드립니다.

*본 프로젝트는 특정 종교와는 무관합니다.

*2022년 5월 6일, 성공적으로 철십자가(La Cruz de Ferro)에 도착하여 프로젝트를 이행했습니다. 

 

*5월 6일 당일 기록한 일기의 전문 입니다. 

순례길을 시작한 이후로 매일 25킬로미터 내외를 걸어 왔지만, 폰세바돈을 지나 만하린 근처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29킬로미터를 걸은 상태였고, 어깨와 발과 무릎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쉬다가 지나가던 젊은 독일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조금만 더 가면 철십자가(La Cruz de Ferro)가 있다는 것이었다. 


5미터 정도 되는 나무 기둥 위에 올려진 철십자 상에는 독특한 순례자의 전통이 있는데, 순례자들이 집에서 가져간 어떤 물건을 이곳에 놓고 가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소원과 근심, 걱정 등에 대한 염원을 바라는 것이다. 나는 순례를 떠나기 전에 <walk with dodo>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100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그들이 제시한 단 한가지 단어들-소원 혹은 고민에 대한-을 3미터 가량 되는 포장용 끈에 하나 하나 써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순례길을 직접 걸으며 운반해 철십자 기둥에 묶어놓고 오는 것이(내가 스스로 내게 부여한) 나의 임무였다. 


그저 걷는데에 정신이 팔려서 폰세바돈 근처에 철십자상이 있다는 사실 조차 잊고 만하린까지 왔는데, 그 중요한 임무를 생각해낸 덕분에 만하린이고 뭐고 일 초라도 빨리 철십자에 끈을 묶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자피 만하린을 지나쳐도 7-8킬로미터 정도면 다음 마을인 엘 아세보에 도착할수 있었고, 엘 아세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마을이니 조금만 더 걸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마음 덕분에 정말 힘든 하루가 되긴 했지만.

멀리서 철십자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 또한 나의 소망을 끈에 적어넣었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들, 혹은 그만큼의 간절함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고민들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내게 전달할 때 그것을 고민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단어들을 받아 보았을 때 그 커다란 마음의 편린이 느껴져 괜히 숙연해졌던것 같다. 

철십자상 주변에는 몇몇의 순례자가 보였다. 기념사진을 찍는 순례자들, 집에서 가져온 무언가를 놓으려고 하는 순례자, 철십자상의 나무 기둥을 두 손으로 감싸고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흐느끼는 순례자. 어쩌면 죽음과 관련된 사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철십자상을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가방에서 가져온 끈을 꺼내 고민 없이 철십자상으로 걸어갔다. 철십자상 주변에는 수많은 순례자가 가져다 놓았을 돌맹이들과 잡동사니, 누군가의 사진, 목걸이, 무수한 이름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것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돌 무더기 위로 올라가 끈을 꺼내들고 기둥 앞에 섰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바다같이 깊었고, 오후 4시의 햇볕은 적당히 따사로웠으며, 숲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와 땀에 젖은 내 머리카락과 가방 속에 오래 머문 탓에 이리저리 구겨진 끈을 나부꼈다. 나는 그렇게 양 손에 끈을 들고, 잠시 눈을 감은채로 그대로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 장소에 가득한 수많은 순례자들의 간절한 증거들을 목격한 덕택에 괜히 센치해진 것일수도 있고, 내게 기꺼이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것과, 가장 바라 마지 않는 것에 대한 진심을 전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의 간절함이 결국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벅차오른 감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쏟아지는 강한 햇살에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고, 땀과 눈물을 닦고서 나무 기둥을 껴안아 끈을 감아 묶었다. 나무를 껴안았을 때 햇볕에 데워진 나무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어떤 미지의 생명인 듯 그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체온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슬픔과 분노와 소원과 소망이 눈 녹듯 녹아 어느 강물의 일부가 되고, 어느 바다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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