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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화면은 이상적인 풍경으로 가득하다. 동그란 눈을 가진 새가 정글을 누비다 밤하늘 아래에 앉아 별똥별을 감상하고, 영화 <라라랜드>와 <UP>의 주인공으로 분해 여행을 떠난다. 와유(臥遊)를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내막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화면 속 새는 멸종된 도도새이자 꿈을 잃고 부유하는 이 시대 청년의 자화상이다.

김선우는 현대 사회에 이상적인 삶의 모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뒤 나와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 정상 가족을 꾸리는 코스가 바로 그것. 촘촘히 짜여있는 이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낙오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정상을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는 개인이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고 되레 그 일련의 과정에 ‘방황’이라는 부정의 프레임을 씌웠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청년들이 꿈을 잊은 어른이 된 건 당연한 결과이다.

작가가 우연히 마주한 도도새에게 동질감을 느낀 건 우연이 아니다. 꿈과 현실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청년 김선우는 현실에 안주해 멸종한 도도새를 보았을 때 감정의 동요를 느낀 듯했다. 도도새처럼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고 싶지 않았다. 그 해답을 찾고자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기로 했고 도도새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모리셔스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땅은 초조함을 안겨주었지만 불안은 점차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익숙함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곳에서 벗어나야지만 비로소 새 시각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헤매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통로다. 김선우도 도도새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자신과 세상을 다시금 바라보았고, 그 방황은 시간 낭비가 아닌 성찰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도도새를 그리는 건 자유와 꿈을 이루려는 열망을 향한 헌사일 것이다.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존재를 캔버스에 부활 시켜 여러 행위의 주체자로 삼으면서 방황을 재정의하고 나아가 표류하는 청년 세대에게 이상을 잃지 말자는 경험 어린 격려를 건넨다. 여행에서 삶의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 자신처럼 말이다.

한편, 캔버스에 붓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프린팅의 시대에 여전히 평면 회화가 명맥을 유지하는 건 화면의 깊이에 있다. 캔버스 위에 붓이 닿는 횟수만큼 쌓인 작가의 흔적은 시각적 운율은 물론 상상의 여지를 제공한다. 깊은 정글을 단지 어둡게 칠하지 않고, 붓 터치를 살려 보는 이가 그 안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남긴 화면 처리처럼 말이다. 또한 이는 기술이 구현할 수 없는 한 예술가의 노고이기도 하다.

물론 여행은 까다롭다. 돌아오는 길, 낯선 환경에서 익숙함으로 회귀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뱉을 만큼. 그런데도 얼마 가지 않아 다음 여정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건 여행이 주는 새로움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선우는 여행이란 방황 속에서 도도새를 만나 진정한 자신을 만났다. 여행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잊었던 꿈을 되찾길 바란다. 그 진심은 작품에 녹아 하나의 이야기와 설득력을 갖춘다. 작품 안에서 부활해 세상 곳곳을 유랑하는 도도새에게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김선우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여행을 통해 잊었던 나의 모습을 찾고 새로운 삶을 맞이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신이 될 수 있음을.

 이효정, <아트나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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