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PARADISE - 가능성의 바다
도도새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멸종된 동물들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었을 때였다. 남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에 점처럼 떠 있는, 모리셔스라는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살던 그들은 원래 날 수 있는 새들이었지만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날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결국 날기를 스스로 영원히 포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15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낙원paradise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새임에도 불구하고 날지 못해 너무나도 쉽게 잡혀버리는 그들에게 조롱이라도 하듯 ‘도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1681년, 마지막 남은 도도새가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유일하게 증명해주는 것은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새의 뼈다귀들 뿐이다.
나는 이 비극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또한 도도새가 그랬던 것처럼 낙원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안주하는 동안 스스로 자유라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예술가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현 트래블 그랜트> 프로젝트를 통해 도도새가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으로 한 달 간 떠나 도도새에 대하여 리서치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 도도새를 통해 꿈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나는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적인 사고방식을 제안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언급했던 것으로, ‘떠도는 인간’이란 뜻이며, 인간은 방황 끝에 성장해 돌아온다는 것이다. 정주定住사회에서 방황 또는 일부러 길을 잃는 것은 일탈로 치부되곤 하지만, 오히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수많은 길들 위에서 떠돌 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길들과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나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도도새들은 ‘날지 못하는 바보 새’ 라기 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알과 같은 존재들 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 전시에서 이야기 하는 낙원paradise은, 어느 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어 도달 할 수 있는 특정한 목표가 아닌, 끊임없이 표류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삶의 정점과 거기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를 뜻한다. 비록 세상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혼란과 역병이 만연하고 있지만, 가장 어두운 시간은 새벽을 예고하듯 이 어두운 시간들 속에서 찾아내는 나 자신만의 낙원이야말로 새벽빛을 불러오는 마중물이 되리라 믿는다.
"삶에는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나타내는 환희가 있다. 그런 것이 살아 있음의 역설이다. 그 환희는 살아 있기에 찾아오지만 살아 있음을 완전히 망각할 때에야 찾아온다. 그 환희, 살아 있음의 망각은 감흥의 불꽃 속에서 자아를 잊는 예술가에게 찾아온다."
잭 런던, <야성의 부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