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鳥)상

 

 

나는 오래전부터 새가 되고 싶었다. 어떤 경계나 담벼락도 없는 광활한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는 내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아갈수록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자유의 범위는 넓어질 것이라고 ‘어른들’은 얘기해 주었지만 그것은 거의 기만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오래전에 유목(遊牧)이 끝난 지 오래 된 정주(定住)사회이다. 정주사회에서는 정주사회라는 규격에 알맞은 인간을 원하며 그러한 인간을 생산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사회는 소위 어떤 ‘권장되는’ 기준을 정해 놓고 사람들을 그렇게 살아가도록 유도한다. 우리를 둘러싼 온갖 미디어는 ‘좋은 것’을 규정짓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러한 ‘강요 아닌 강요’는 국가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족, 친구, 지인 할 것 없이 모든 방향에서 직 · 간접적으로 무차별 폭격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개개인은 다채로웠던 꿈을 잃어버리고 마치 거대한 기계 속의 하나의 부품처럼 개체화 · 몰 개성화 되어버리고 만다. 이미 대학이 가지는 학문적 가치는 잊혀진지 오래이며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이란 소위 ‘삼성 맨’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게 되었다. 유래 없는 자유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획일적인 모습을 좇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세태속의 현대인들이 마치 날개를 잃어버린 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로든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새는 흔히 자유의 상징으로 쓰이곤 하지만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새들은 모두 날개가 잘려나간 채로 인간의 몸과 옷 속에 갇혀있다. 이것은 날개라는 자유의지가 분리되어 땅에 발을 붙이게 된 새가 아닌 새로운 ‘새 인간’인 것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다. 니체가 신을 왜 죽였을까? 인간을 자기의 행위와 가치에 대해 판단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 가둔 신을 죽였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초인은 현대인의 모습이어야 하고 그 핵심은 기존의 관습적 사고들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이다. 니체는 이런 형태의 삶을 지지했다.

하지만 니체의 바람과는 달리 주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이 비극적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엄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주체로서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진정한 자유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더불어 이 과정이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믿고 있다.

2015~2014

  • Twitter Classic
  • Facebook Classic